'OMG' 앨범 리뷰
New Jeans(이하 뉴진스)가 세상에 등장하며 외친 말, attention(주목, 집중, 주목하세요)은 뉴진스에게 주목하게 될 대중을 향한 일종의 예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자세한 예고 없이 뉴진스는 데뷔 앨범 타이틀곡 ‘Attention’ 뮤직비디오를 통해 대중 앞에 등장했다. 그룹명과 동명의 데뷔 앨범, 'New Jeans'는 초동 판매량 30만 장을 넘기며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 신기록을 세웠고, 'New Jeans'의 2023년 2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100만 장을 돌파했다. 데뷔 9개월 만에 멤버 전원이 명품 브랜드의 엠버서더로 발탁되었으며, 통신, 패션, 교육, 금융, 패스트푸드 등 업계를 가리지 않는 광고 계약은 뉴진스가 특정한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 말 그대로 '대중'에게 영향력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넘어서 '뉴진스 신드롬'이라는 사회현상으로 해석될 정도다. 'Attention', 간단명료한 말로 세상의 주목을 끈 뉴진스는 대중의 시선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뉴진스의 인기와 이들의 영향력을 설명하는 화려한 근거들과 달리 뉴진스의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과도 같다. 뉴진스는 '우리'라는 서사를 그린다. 'New Jeans'로 시작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1월에 발매한 'OMG'까지 이어져 뉴진스가 던지는 메시지에 일관성과 깊이를 더했다.
뉴진스가 말하는 '우리'를 10대들의 사랑 이야기, 뉴진스와 'Hype Boy'의 관계로만 생각하 면 뉴진스의 메시지를 단편적으로 이해한 셈이다. 뉴진스는 데뷔 앨범 'New Jeans'를 통 해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뉴진스의 질문에 이들과 같은 답을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뉴진스와 '우리'가 될 수 있다. “대중음악은 일상과 초근접해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마치 매일 입는 옷과도 같다"는 민희진 총괄 프로듀서의 말처럼 뉴진스는 매일 입는 옷, 그중에서 특별히 더 편하고, 좋아해서 자주 손이 가는 옷이 되길 원한다. 뉴진스의 음악은 팝을 기반으로 두지만 특정 스타일만을 고수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세련된 이지리스닝 팝을 추구한다. 멤버들의 목소리가 가진 고유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 녹음 가이드조차 제시하지 않으며, 편곡 작업 역시 자연스러운 보컬 중점에 두고 과하고 부담스러운 요소들은 모두 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OMG' 앨범의 타이틀 곡, 'OMG'는 힙합 드럼 소스와 퍼커션을 기반으로 전체적으로 통통 튀고 신나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동시에 벌스와 프리코러스, 코러스 진행에 따라 리듬을 계속 변화시킨다. UK Garage, Trap 등 다양한 리듬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변해 리듬의 변화에 따른 이질감은 느끼지 못한다. 반면에 멤버들의 보컬은 음역대에 큰 변화가 없다. 각 멤버들의 매력적인 음색을 가장 편안하게 드러낼 음역대를 유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또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곡의 흐름을 해칠 불필요한 고음과 고조되는 구간도 찾아볼 수 없다. 몽환적인 허밍으로 시작하는 'Ditto' 역시 Choir Pad 사운드와 클래식한 Old School Drum Break을 기반으로 다이내믹하고 강렬한 감정보다는 애틋함과 두근거림 같은 잔잔한 감정으로 흘러가 뉴진스만의 따뜻한 겨울을 들려준다. 'Ditto' 속 멤버들의 보컬은 '잇츠라이브'의 밴드 라이브 영상을 통해 더욱 중점적으로 들을 수 있는데, 각자 음역대에 맞는 음들과 과한 힘을 뺀 강약조절은 곡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
뉴진스의 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민희진 총괄 프로듀서의 "콘셉트가 곧 음악이다"라는 말을 근거로 뉴진스의 콘셉트를 살펴보자면 이들은 일관적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뉴트로 콘셉트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것은 'Ditto' 뮤직비디오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90년 대 학교 배경,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먼 품이 넓은 교복, 주인공인 반희수가 들고 다니는 캠코더,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A/B 면처럼 side A와 B로 구성된 뮤직비디오 등 노스탤지어한 요소로 가득 찬 'Ditto' 뮤직비 디오를 본 누군가는 자신의 예전 학창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이렇듯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뉴트로 비주얼 콘셉트를 통해 또는 언제 어디서든 듣기 좋은 편곡을 통해, 뉴진스가 들려주는 음악에 “Ditto”, “나도”라고 응답하는 모든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뉴진스와 ' 우리'가 된다. 그렇기에 유튜브 예능 콘텐츠, '꼰대(?) 부장님 단톡방에 숨은 MZ 찾기 (feat. 승관)ㅣPIXID'에 출연한 40-50대 부장님들이 '강해린 이상하다', '버니즈' 등의 뉴진스 관련 용어를 알고 'Hype Boy'를 부르는 모습 또한 제법 자연스럽다.
'New Jeans'를 통해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는 'OMG'로 깊이를 더한다. 'OMG'에서는 누군가와 관계가 깊어질 때 드는 자연스러운 고민과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관 계의 지속성과 미래 그리고 깊은 관계가 주는 영향이 혹여나 부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염 려에 대해 뉴진스는 'OMG'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답변을 들려준다. 뉴진스와 바니즈의 이야기인 'Ditto'의 "Stay in the middle"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say it ditto" 가사 그리고 'OMG'의 시작을 여는 "이 노래는 it’s about you baby Only you"라는 하니의 내레이션과 "너랑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고 말하는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 등 뉴진스는 현재 '우리'에게 충실하다. 아직은 많은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10대답게 긍정적인 생각을 들려주며 이 관계에 대한 믿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염려가 남아있다면 거기에 대한 답도 각각 'Ditto'와 'OMG' 뮤직비디오에서 찾아볼 수 있다. 'Ditto'의 뮤직비디오 A면 속 뉴진스 멤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반희수는 B면에서 이들과 이 별하지만 뉴진스와 반희수의 행복했던 시간은 비디오테이프 속에 간직돼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다. 서로가 주는 영향이 자기 자신을 잃게 만들 수도 있지만 'OMG' 뮤직비디오 마 지막 장면에서 해린의 그림이 투영된 세상을 침착맨이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처럼 온전한 나를 알아줄 한 사람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좋은 음악을 통해 그 한 사람이 다수가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뉴진스는 '우리'라는 서사를 그려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