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리스트 정국에 대하여
2022 방탄회식을 통해 활발한 개인 활동을 선포한 방탄소년단. 첫 주자로 소개된 제이홉의 첫 솔로 앨범을 기다리던 중 깜짝 선물처럼 발매된 곡이 있다. 찰리 푸스의 'Left and Right (Feat. Jung Kook)' 사실 찰리 푸스의 'Left and Right'는 이전부터 그의 팬들이 정식 발매를 기다리던 곡이었다. 마치 밥 아저씨의 "That easy"(참 쉽죠?)처럼 "and then a weird bass thing like"(이상한 베이스는 이렇게), "and the drums are really simple like"(드럼은 아주 심플하게 이런 식으로) 등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밌게 촬영한 영상들은 그의 팬들에 의해 하나로 묶여 'Left and Right'의 벌스부터 후렴까지 들을 수 있는 영상이 이미 유튜브에 존재했다. 하지만 팬들이 찰리 푸스의 목소리만으로 채워진 곡을 예상했을 때 그는 누군가와 함께 이 곡을 부르길 원했고 그 바람은 방탄소년단의 메인 보컬 정국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찰리 푸스와 정국의 인연은 2017년 정국이 찰리 푸스의 'We don't talk anymore'을 커버한 영상을 계기로 2018년 GMA(지니뮤직 어워드)에서 합동무대를 가지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번 'Left and Right (Feat. Jung Kook)'에서는 찰리 푸스의 말처럼 그들의 "Musical Chemistry(음악적 케미)"를 느낄 수 있다. 'Left and Right (Feat. Jung Kook)'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연인과의 행복했던 기억이 나를 왼쪽, 오른쪽으로 따라다닌다고 귀엽게 표현하는 곡이다. 통통 튀는 멜로디가 곡 전체에 걸쳐 반복되어 처음 듣는 사람도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으며 "I can feel you over here" 가사와 완벽히 일치해 왼쪽과 오른쪽에서 번갈아 들리는 악기 소리와 보컬은 곡을 재밌게 만드는 요소다. 정국은 개인적으로 이번 곡에서 찰리 푸스의 목소리와 함께 들릴 때 위화감을 주지 않는 것과 동시에 본인의 목소리를 적절히 드러내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의 고민과 노력은 2절에서 등장과 동시에 곡에 녹아드는 그의 목소리와 후렴에서 찰리 푸스의 목소리와 함께 또는 번갈아 들릴 때의 완벽한 조화를 만든다. 어떤 곡이든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는 동시에 곡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의 목소리는 많은 아티스트가 콜라보하고 싶은 보컬리스트로 정국을 떠올리는 이유다.
보컬리스트로서 정국의 매력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리듬감, 음색, 보컬 테크닉. 방탄소년단의 댄스 라인 중 한 명으로 보여주는 뛰어난 춤 실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곡의 박자를 완벽히 이해하고 표현한다. 정국의 리듬감은 'Butter'에서 잘 드러나는데 킥과 스네어로 기본 박자를 세며 시작하는 'Butter'는 "Smooth like butter Like a criminal undercover" 정국의 첫 소절을 통해 곡의 리드미컬함을 드러낸다. 정국은 곡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담은 첫 가사를 박자에 맞춰 "Smooth / Like / Butter" 한 호흡 속에서 끊어 부르는데 단어마다 힘을 실어 가사의 리듬감을 살린다. 곡의 분위기가 조금씩 고조되다가 'Butter'의 1절 후렴에서 화려한 축제처럼 터질 때 정국은 "Side step right left to my beat (heartbeat)" 가사의 리듬에 부드럽게 맞춰가기 위해 호흡을 빼며 부른다. 이렇게 곡의 리듬 위에 정확히 얹어진 정국의 목소리는 "Smooth like butter Like a criminal undercover" 가사처럼 듣는 이가 곡의 매력에 스며들게 한다.
방탄소년단 데뷔 전, 그들의 공식 유튜브 채널 'BANGTANTV'에 업로드된 'Vocal practice by 정국 of 방탄소년단' 영상에서 정국은 프라이머리의 '씨스루 (Feat. 개코, Zion.T)'를 불렀다. 자이언티의 음악은 특유의 세련된 비트와 절제된 감성이 그의 매력적인 보컬을 통해 극대화되기 때문에 자이언티의 음악을 떠올릴 때는 원곡자 외 다른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정국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매력으로 곡을 소화하는데, 여기에는 정국의 음색이 큰 역할을 한다. 그의 음색은 소년의 미성 같은 고운 느낌과 성인이 가질법한 능숙한 세련미를 모두 품고 있다. 한마디로 스타일리시하다. 정국의 음색이 가진 두 가지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 'Euphoria'를 들어보면 곡의 청량한 느낌이 정국의 섬세한 보컬을 통해 극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음색에 청아함을 더해 '극도의 행복감'이라는 'Euphoria'의 의미와 감성을 그려낸다. "곡 분위기만 듣고 노래하는 편"이라는 정국은 'Euphoria'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그의 솔로곡 'Still With You'에서 보컬 톤을 살짝 다운시켜 습하고 재지한 곡의 분위기를 표현한다. 스타일리시한 정국의 음색은 어떤 곡도 자신만의 매력을 더해 소화할 수 있는 그의 강점이다.
7명이서 채우던 곡을 혼자서 책임져야 할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은 하나의 목소리로도 곡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섬세한 보컬 테크닉이다. 그는 보컬 테크닉 중 특히 헤드 보이스(두성)와 체스트 보이스(흉성)를 자유롭게 오가는 성구 변화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Dynamite'의 도입부를 보면 "Cos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한 문장 안에서 "Cos ah ah I’m"은 가성 같은 두성으로, "in the stars tonight"는 좀 더 무게를 실어 믹스 보이스로 부른다. "Cos ah"에 해당하는 곡의 첫 음은 상당히 높지만 단단하게 소리를 내어 헤드보이스에서 믹스 보이스로의 성구 변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또한 최근에 발매된 'Still With You (Acapella)'는 (본인은 그 당시에 많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반주 없이 정국의 목소리만으로 곡을 빈틈없이 채우고 'Stay Alive (Prod. SUGA of BTS)'는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들며 그의 보컬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보여준다. 곡에 맞춰 다양하게 드러나는 그의 보컬 테크닉은 그가 이미 솔로 가수로서의 역량을 가졌음을 증명한다.
브이라이브나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정국의 보컬에 대한 고민은 그의 노래를 향한 열정을 짐작케 한다. 21년 3월에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럭: BTS편'에서 정국은 데뷔 초 다른 그룹의 메인 보컬과 자신을 비교하며 느낀 아쉬움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자책하기보다 "그걸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그 아쉬움을 노력의 거름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국은 "보컬 연습 시간이란 개념을 없"애고 "하루 24시간 중에 노래 부를 수 있는 시간에는 그냥 다 노래를 부르"는 등 보컬에 집중했고 그 열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Butter' 발표 당시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Dynamite'를 부르면서 얻은 것으로 "난 아직 멀었다.", "빌보드 6주 1위를 하는 가수라면 진짜 노래를 너무 잘해야 되는데..." 등의 생각을 말하며 데뷔 초와 비교했을 때 달라지지 않은 태도를 보여줬고 "하루에 노래 연습을 어떻게든 1시간 이상" 하기를 다짐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위버스 매거진'과의 ‘Proof’ 발표 인터뷰에서도 정국은 보컬적인 요소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각 곡마다 고민했던 부분과 자신이 찾은 혹은 찾고 있는 답을 분명하게 들려줬다. 데뷔 10년 차에 이미 세계 음악 시장의 정점에 올라본 가수가 이토록 자신의 음악에 초심을 잃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정국의 음악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그의 말처럼 미래에도 계속 이어져 그를 더욱 훌륭한 보컬리스트로 만들 것이다.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그의 개인 활동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