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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윙맨 Aug 21. 2021

아메리카노, 아메리칸 숭늉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아메리칸 숭늉

한국 아메리카노에 대한 흥미로운 추론에 대한 이야기.

다른 나라의 아메리카노와는 전혀 다른 한국 아메리카노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의 커피 문화는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다.

카페는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고, 다른 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커피 문화를 가지고 있고, 인구에 비해 커피 시장은 엄청나게 크다. 






그동안 한국만의 카페 문화에 대해서는 수차례 다루었으니 오늘은 나에게 풀리지 않던 2가지 의문에만 집중해본다.

카페라는 공간에 대해서 오랜동안 고민해왔지만, 2가지 의문은 항상 풀리지 않았다.

1. 왜 한국 사람들은 식후 아메리카노를 사랑하는가?

2.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보다 왜 구수한 아메리카노인가?





https://youtu.be/Nx9_wNBXf_g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 들어본 가장 납득되는 추론을 최근에 접했다.




아메리카노는 아메리칸 숭늉이다.




1. 왜 한국 사람들은 식후 아메리카노를 사랑하는가?

도심의 카페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12:30 ~ 1:00 사이이다.

일반적으로 사무실들의 점심시간 중 식사가 끝난 시간이다.


한남동 카페 앤개더의 점심시간



묘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의 커피 문화는 하루 종일 분산돼 있다.

유독 한국만 점심시간 직후 카페가 터져나갈 듯이 붐빈다.

실제로 사무실이 많이 몰려 있는 카페들의 경우에는 점심시간 장사라고 하고, 저녁시간에는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식후에 커피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디저트와 함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음료의 종류는 아메리카노이다.

서두에 밝힌 대로 유럽인들은 학을 떼고 이게 뭐냐고 하는 괴음료가 가장 사랑받는다.

#식후 #물에탄커피 #구수한음료

이 3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보면, 뭔가 재미있는 추론이 생긴다.



한국 고유의 식후 음료, 누룽지로 만든 숭늉


한국 사람들은 예부터 숭늉을 즐겨 먹었다.

가마솥에서 쌀밥을 해오던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누룽지가 생겼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먹기 위해 물을 넣고 끓이는 숭늉이라는 특유의 식문화가 생겼고, 식후에 이 음료를 통해 속을 편안하게 하는 문화가 있었다.

현재는 전기밥솥이나 포장밥이 그 자리를 대체했고, 숭늉이라는 식문화가 사라졌다.

숭늉이라는 후식 음료는 사라졌지만, 그 식문화는 한국인의 DNA 속에 각인돼서 사라지지 않았고 아메리카노라는 괴음료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됐다.


아메리카노는 아메리칸 숭늉이다!


유럽인들의 말대로 커피 그 자체로 놓고 보자면 아메리카노는 애매한 음료다.

하지만 숭늉의 개념으로 보자면 편하고, 저렴하고, 구수한 거의 완벽한 음료다.

어르신들은 커피믹스의 달달한 숭늉을, 젊은 세대는 에스프레소 기반의 구수한 숭늉을 찾는다.

한국에서 식후 아메리카노가 부흥한 이유가 아닐까?

2.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보다 왜 구수한 아메리카노인가?

한국에서도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를 많이 선보였다.

하지만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는 특별함으로는 받아들여졌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타벅스를 비롯한 모든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들은 기본 원두로 구수한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탄 맛이 느껴질 정도의 원두를 사용한다.

산미가 느껴지는 원두를 기본 원두로 사용하는 대형 브랜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왜 구수한 원두가 한국에서는 유독 사랑받을까?




대흥동 누아네 브런치 세트


해외의 경우에는 커피를 메인으로 생각하기보다 서포트의 개념으로 많이 생각한다.

원두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디저트들이 있고, 음식이 있다.

와인의 경우에는 음식에 따른 페어링을 굉장히 중시한다.

화이트 와인이냐, 레드 와인이냐. 산미가 어떠하다 등등으로 음식과의 궁합을 맞춘다.

나라별 와인의 특징 또한 그 나라의 식문화를 대변한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유럽의 와인은 산미가 강하고 알콜향이 은은하며, 미국의 와인은 더 알코올 향이 강하고 달달하다. 유럽은 와인을 식사의 서포터로 생각하고, 미국은 와인을 주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가 식문화(식사/디저트)와 결합될 때, 페어링을 고려하게 된다.

해외의 식사 문화에서는 뭔가 필요한 부분을 산미 있는 커피가 보완해 준다.






하지만 한국인은 기본 7첩 반상의 민족이다.

그 원두의 산미는 의미조차 없는, 국문화가 있고, 김치 문화가 있고, 동치미가 있고, 다채로운 밑반찬 문화가 있다.

아무 식당에나 가도 7첩은 나온다.

원두의 산미가 어딜 감히 끼어들 틈도 없다.

아메리카노가 식사와 연결될 때에는 구수함, 편안함 등이 더 잘 어울린다.


아메리카노는 아메리칸 숭늉이다!




역시나 아메리칸 숭늉으로 연결된다.

한국에서 산미 있는 원두는 정말 커피 맛 자체를 좋아하고, 산미 있는 커피맛이 취향인 사람, 혹은 가끔씩 산미가 땡기는 날에 먹게 되니 소수원두일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에게는 산미의 효과를 대체할 식문화가 존재하니, 아메리카노도 산미보다는 구수함이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명쾌하지 않던 의문들이었는데,

뭔가 상당히 납득된 한국 아메리카노의 미스터리였다. 






살벌하게 차가운 아메리칸 숭늉이나 한잔하러 가야겠다.

한국의 숭늉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030이 지켜내는 한국의 숭늉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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