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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라 May 01. 2018

무의식 이야기 ;첫 번째 상담자

-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한 중년 여성분이 나를 찾아오셨다.


여기서는 그녀를 '상순'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마음공부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분으로 

큰 아들 문제로 마음공부를 하시게 되었다 했다.

이 분은 40대 중후반으로 남편과 12년째 

별거 중이며 아들 둘을 혼자 키우면서 요양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참 고단하고 평범치 않은 삶이었다.

자신의 고단한 삶이 어떤 무의식의 작용 때문인지

그리고 인생 전반에 걸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그녀 나이 12살에 아버지는 위암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28살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가난한 집에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녀는

애정 어린 보살핌은커녕 무관심 속에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아마 가난한 그 시절 그녀의 부모님은 먹고 살기 급급했기에 

자식에게 정을 쏟을 여력이 없었으리라.....


다혈질인 아버지 밑에서 힘들어하는 어머니가 

가장 자주 했던 말은 '아프다' '힘들다' 였다고 한다.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가지도 못했다.

부모님께 준비물을 챙겨갈 돈을 달라고 몇 번 말해보았지만

너무 가난했기에 줄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나서부터는 아예 보채지도 않았다.

준비물 없이 학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친구들 앞에서 수치당할 때면 무심한 척 괜찮은 척 

가식으로 스스로를 무장했다.


그녀는 늘 참고 사는 아이였다.


돈이 없어도 달라고 말할 수 없었고

부모님께 관심받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헷갈려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탓에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어린 나이에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20대부터 택시회사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했다 했다.

그곳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서 연애결혼했다.

남편이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매달리는 통에 

할 수없이 결혼하고 지금까지 살았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 역시 가정폭력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었고 

부모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 사람이었다.

아마 그녀의 결혼생활 역시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으리라... 

어릴 적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게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었을까....

만약 행복했다면 나를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과는 어떻게 별거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녀의 작은 아들이 4살, 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겨울 

남편은 편지 한 장 남기고 집을 나가버렸다고 했다. 

'너 같은 여자랑 도저히 못살겠다'라고 하며....

그 후 그녀는 남편의 경제적 지원 없이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혼은 하지 않으셨나요?"

"이혼하시는 것이 두려우신가요?"

나의 직접적인 질문에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야 되는데 하면서도 막상 미루게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남편은 상순님의 어떤 면 때문에 집을 나간 것 같은가요?"

"잘 모르겠어요...."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신 적은 없나요?"

"특별히 저에게 불만은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 상순님은 남편의 어떤 면이 싫었나요?"

"가정폭력도 있었고 사업이 잘되자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면서 외도도 했어요. 
생활비도 맘에 들면 주고 뭔가 기분이 나쁘면 주지 않았어요.
가정폭력이 없을 때에도 남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찬 물을 끼얹는 것 같았어요. 
남편이 귀가하면 집안 분위기가 살얼판 같았어요."

"그러면 부부 싸움할 때 상순님은 주로 당하는 쪽이신가요?  
아니면 같이 소리 지르면서 싸우시나요?"

"저는 주로 가만히 당하는 쪽이었어요..."


그녀는 남편을 생각하면 너무 미워서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죽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왜 죽기를 바라냐고

차라리 이혼하고 안 보고 살면 되지 않느냐고 하니

자신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주었다며 

남편이 살아있는 것 자체가 싫다고 했다.

과연 그 사람의 육체가 없어진다고 한들 그 증오가 사라질까?


모든 인연은 마음에서 놓아져야  한다.


남편이 죽어도 내  마음에서 버리지 않으면 그 원한은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을 남편을 원망하며 산 노 부인을 본 적이 있다.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 양반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다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모든 미움은 상대뿐만 아니라

미워하고 있는 '나' 또한 괴롭게 만든다.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당장 이혼하려고 하니 경제적인 문제가 얽혀있다고 했다.

살고 있는 집 담보로 남편이 사업자금을 마련코자 대출을 받았고 

그 대출금이 모두 상환되는 6년 후 이혼할 것이라 했다.

당장 남편에게 모든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고 이혼하시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냐고 하니 남편이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 것보다
완전히 정리하고 잊어버리고 사는 게 낫지 않나요? 
만약 남편분이 그대가 죽기만을 바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떠신가요? "

"남편도 늘 제가 죽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요...."

"아니요 그건 상순님의 마음이에요.
상순님은 남편 마음을 잘 못 느껴요.
본인 마음대로 판단하고 해석하시고 있어요.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느껴보니 남편분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요."

"상순님 이상하지 않나요?
그냥 이혼하시고 남남으로 사시면 될 것을 왜 굳이 상대가 죽기를 바라나요?"

"죽으면 깔끔하게 정리될 것 같아서요.... "

"아니요. 상순님은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를 가해자로 만들기 싫은 겁니다.
이혼하자고 먼저 말하는 것도 싫어요.
그럼 자신이 나쁜 여자가 되는 것처럼 여겨져요.
남편이 죽어줘야 나는 착한 여자로 남고 그게 깔끔하다고 여겨요.
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하면 나는 가해자 (강자)가 되고 
불쌍한 여자로 세상의 동정도 못 받고 비난받을까 봐 너무 두려워요.
철저하게 자신을 피해자(약자) 위치에만 두려고 해요."

"상순님은 한창 부모님의 보호가 필요한 시기에 보호받지 못했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시면서 세상이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약자가 되는 길 밖에 없다고 무의식 안에서 굳게 믿고 있어요."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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