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Frances
평생의 바람을 그날 하루종일 길에서 만났다.
로그로뇨에서 일행들과 헤어져 하룻밤을 더 머물러 여유있게 도시를 구경하고서 혼자 길을 떠났다.
근데 그날이후로 강풍이 하루 온종일 며칠을 나와 길에 함께했다. 비고 오고 우박도 떨어지고 눈도 내린다. 뭐지 나를 시험하는 뭐 그런건가.
옆에 누군가 있더라도 대화를 나눌수 없을정도로 바람소리만이 길을 함께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산토 도밍고 - 벨로라도
같이 걷던 일행들과 헤어지고 혼자 걷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좀 가라앉았는데 거기다가 미친 바람을 맞으며 걸으려니 마음과 몸이 피곤에 지쳤다.
앉아서 풍경 구경고 하고 천천히 걷고 싶은데 어디 앉아서 쉴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심지어 일요일이라 온 동네가 다 쥐죽은듯 조용하다.
길에서 여럿 스쳐지나가며 나를 앞서간다. 지대넓얇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혼잣말을 하면서 끈임없이 걷기만 했던 하루.
그라뇽에서 드디어 바를 발견하고 간단한 요기를 했다. 근데 이것마저 먹지 않았더라면 길에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이 뒤로 오후 늦게까지 쉴 곳을 찾을 수 없어 먹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걸었다.
전날 이곳을 지나갔던 친구가 여기 이정표가 헷갈리니까 잘 보라고 했는데 아차 사진을 찍다보니 저 멀리 언덕까지 가버려서 다시 돌아와야했다.
강풍에 몸이 휘청거릴만큼 정신없고 힘든히루지만 풍경만큼은 하늘만큼은 기억에 오래 남을 사진을 남겨줬다.
벨로라도는 아직 5-6킬로는 남은거같은데 도무지 쉴곳없이 계속 걸었더니 너무 지쳤다. 길 맞은편에 바가 있어서 들었는데 문이 열렸네. 아 반갑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콜라를 마시고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거절하고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혼자 하루종일 걸어서 좀 서러웠다. 근데 또 그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