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계절의 경계에 서 있던 날이 떠오른다.
낮의 온도는 조금 따듯했고, 밤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 걷기에 좋았다.
그때 밤을 걸으며 생각했다. 곧 더워질 거라고.
기분 탓이겠지만, 적당한 것은 매번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모든 일이 그러하다. 뜨거운 것은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내려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주춤거리는 것. 그 찰나의 순간이 경계다.
창문을 연다. 불볕 같은 더위가 몰려온다.
그러나, 문이 열려 있기에 바람도 들어오는 법.
어느 하나를 선택적으로 골라낼 순 없다.
공평하게 주고, 공평하게 받았다.
기온이 올라가니, 음식이 쉽게 상한다.
평소에는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는데,
제게 맞는 계절을 맞이하니 그제야 꽃이 핀다.
이로운 것이든, 해로운 것이든.
아름다운 것이든, 아름답지 않은 것이든.
제 계절에 맞으면, 제 온도에 맞으면
어김없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