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대한민국 경성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표지 사진은 박태원의 사진(출처: 서울 역사 박물관 홈페이지)입니다. 1930년대인 것을 감안하면, 멋을 많이 부린 '모던보이'로 보이네요. 참! 봉준호 감독이 박태원 작가의 외손자라고 합니다. 그의 소설에는 몽타주, 카메라 아이 기법 등 영화 기법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제가 마음이 많이 가는 소설입니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우고, 그 이후 대학 입시에 실패하여 재수생활을 할 때 공감을 많이 하게 된 소설입니다. 몇 년 전에 연극으로도 소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소설의 구성은 다른 소설에 비해 단순합니다. 주인공 구보는 26살 소설가이고,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청년입니다. 누군가에게 직업을 말할 때를 대비해서 소설가라고 하지만, 실은 구보에게 일정한 직업이 없습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루 종일 구보가 경성 거리를 떠돌면서, 내면 의식의 변화를 서술한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경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많은 분들이 박태원의 '천변 풍경'과 함께 문화사를 연구할 때 많이 참고한다고 하네요. 구보는 1930년대 근대화로 인해 배금주의에 빠져 버린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관찰합니다. 하지만, 자신도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른 소설이 사고의 흐름이 인과성을 가지는 데 비해, 이 작품은 인과성을 무시하고 생각의 흐름대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서 구보의 내면을 제한 없이 들여다 보며, 1930년대를 구보와 여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보는 지팡이를 짚고 노트에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장면들을 적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이러한 기법을 통해, 당시 풍속을 엿볼수 있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보는 경성 거리를 떠돌며 '고독'을 피하고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경성역에서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고, 비인간적이고 불신이 팽배한 사람들을 피해 또 다시 이동합니다.
구보는 고독을 느끼고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약동하는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생각한다. 그는 눈앞에 경성역을 본다. 그곳에는 마땅히 인생이 있을게다. (중략) 그러나 오히려 고독은 그곳에 있었다. 구보가 한옆에 끼여 앉을 수도 없게시리 사람들은 그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어도, 그들의 누구에게서도 인간 본래의 온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작년과 올해 독서실에서 임용 시험을 공부하면서, 고독이 무엇인지 많이 느꼈습니다. 복도에서 스쳐가던 사람들 어느 한 명도 웃는 사람이 없고 대화할 사람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럴 때 마다 '구보'가 떠올랐고, 이 소설을 꺼내 읽으며 저 또한 혼자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1930년대 경성 거리의 물질주의와 비인간화된 분위기를 그리고 있지만, 2018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풍경과 꽤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이웃간에 교류도 없고, 학생들 또한 같이 뛰어 노는 시간과 장소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4차 혁명으로 편한 세상이 도래하는 것 같지만, 점점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네요. 참! 박태원의 '천변풍경'도 같이 읽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글쓴이(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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