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 무리카미 하루키 작가 (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을 넘어 전세계에서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이다. 그는 주로 소설을 쓰고 그의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한해에 수백만 부가 팔린다. 하지만 내가 읽은 책은 소설이 아닌 달리기에 관한 내용이다. 주로 소설을 쓰는 유명 작가가 왜 달리기에 대한 책을 썼을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하루키는 달리기가 취미인 작가였다.
그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리며, 그 때마다 10km는 거뜬히 달린다고 하니 취미라기보다는 달리기가 삶의 일부인 사람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 듯 싶다. 그가 달리기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했을지 궁금했고, 나 또한 달리기가 취미이기에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하루키가 달리기를 하며 느낀 감정들, 달리기가 글쓰기에 주는 영향들에 대해 작가의 개인 생각을 적은 글이다. 특히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연습하는 과정들, 마라톤 대회를 뛸 때의 힘든 순간들에 대해 적은 부분들이 많은 공감이 되었고, 이런 부분들 때문에 이 책을 독서모임 '틈새'의 독후감 책으로 선정했다. 또한 나도 달리기에 대해서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짧게나마 적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하였다.
나는 13년 가을 나이키 10km 마라톤을 시작으로지금까지 대략 50개의 마라톤 대회를 달렸다. 42km를달리는 풀 코스, 21km를 달리는 하프 코스, 10km코스, 장애물 마라톤, 철인 2종 등 다양한 장소에서 달렸다. 마라톤을 많이 하다 보니까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뛸 때 무슨 생각을 하며 뛰는지, 마라톤 뛰는게 힘들지 않은지, 왜 이렇게 많이 달리는지 이렇게 3가지다. 질문에 대한 답을 책의 내용과 함께 풀어보려 한다.
첫 번째, 뛸 때 무슨 생각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하루키가 책에 적은 것과 나도 동일하다. 대답은 ‘특별한 생각 없이 달린다’ 이다. 마라톤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뛰는 거리도 짧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달렸다. 뛰는 거리가 길어지고 힘들어 질수록 특별한 생각 없이 뛰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좋다. 항상 바쁘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잠시도 뇌를 쉬게 하지 않으며, 살아가는데 잠시 뇌에 쉬는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뇌를 쉴 수 있어서 마라톤 이후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곤 한다.
두 번째, 뛰는게 힘들지 않은지에 대한 대답도 하루키가 책에 적은 내용과 같다. 아마 다른 러너들도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뛸 때 마다 힘들다. 아무리 풀 코스를 여러 번 뛰어도, 10km 대회를 달릴 때 힘들고 매번 힘든 순간이 온다. 다만 여기서 전제는 열심히 달릴 때라는 것이다. 정해놓은 목표 시간에 완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릴 때 힘들다. 매번 힘든데 왜 뛰는지에 생각해 보면 힘들기 때문에 달린다. 힘든 시간을 참고 끝까지 달려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과 쾌감.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러너들이 이런 이유 때문에 달린다고 생각한다. 처음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뿌듯함과 처음 풀 코스를 완주했을 때의 벅찬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세 번째, 힘든데 계속 달리는 이유는 나의 생각과 하루키의 생각이 약간 다르다. 하루키는 글을 잘 쓸 수 있는 원동력으로 마라톤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규칙적인 달리기로 건강을 관리하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작가이기 위해 마라톤을 계속한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계속 달린다. 인생과 마라톤은 비슷하다. 두 가지 모두 힘든 순간들이 많고 그 순간들을 참고 견뎌 내면 마지막에 좋은 결과가 있다. 힘든 순간을 참으며 마라톤도 완주했으니 내가 하는 일, 나의 목표, 도전 하는 일들을 잘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스스로 에게 증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달리는 이유다. 마라톤을 한번 완주할 때마다 나를 증명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스스로에게 잘 할수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서 계속 달릴 것이다.
책을 읽고 마라톤에 대해 새롭게 추가된 목표가생겼다. 하나는 하루키처럼 나도 매년 1개 이상의 풀 코스 마라톤을 달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하루키가 참가했던 아테네에 있는 진짜 마라톤 코스에 가서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평소 달리기를 즐기며 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나도 한번 달려 볼까?'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마라톤 풀 코스를 뛰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10km를 뛰는 것은 처음 뛰는 사람이어도 많이 어렵지 않다. 따라서 마라톤을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고 다가오는 따뜻한 봄날 마라톤을 한번 뛰어 보시길 추천드린다. 살면서 한번 쯤은 경험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혹시 또 모를 일이다. 완주 할 때의 쾌감과 성취감에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서, 시즌마다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글쓴이(필명)
Splendid.JOO - 운동과 책읽기를 좋아하는 연구원
독서모임 '틈새'에서는 책을 함께 읽고 얘기를
나누고 싶은 신입 회원을 상시 모집합니다.
모임은 토요일 오전 10시 신촌 홍익문고 5층에서
진행되오니 궁금하시면 아래 글을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