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고 사라지고 싶었던 날들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몸은 물을 머금은 스펀지가 되어
침대 속으로 가라앉았다.
온 힘을 다해 일어나려 해도
중력은 나만을 향해
열 배의 힘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겨우 일어서더라도 몇 걸음 옮기기 전에
숨이 차올라 다시 어딘가에 주저앉아야 했다.
모든 사람이 이럴까?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샤워 한 번 하는 것도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힘들어할까?
어렵사리 출근길에 오른 발걸음 하나하나는
마치 20킬로그램짜리 모래주머니를 달고 걷듯이
무겁고 힘겨웠다.
땅속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정말 나만 남들과 다른 중력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클라이언트에게서 온 메일을 열어보지만,
모든 글자들이 제멋대로 춤을 추며
눈앞에서 흔들린다.
아무리 눈을 찌푸리며 집중해도
문장들은 암호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Chat-GPT에게 요약을 부탁해도
그뿐이었다.
그 요약본의 내용에서조차도
나는 늘 놓치고 읽는 부분이 있었다.
이미 받은 정보를 다시 요청하는 일은
수없이 반복되었다.
글을 쓰는 사람치고는 오타도 너무 많았다.
몇 번을 다시 읽고 또다시 읽어봐도
결국 오타는 또 남아있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음부터는 오타 없이 원고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지하 깊은 동굴로 들어가
영원히 사라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도 똑같은 감정이다)
또 하나 나를 괴롭히는 것은 소리였다
주변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도 윙윙 거리며 들려왔고,
온 우주의 모든 소음이 내 귓가로 몰려드는 것 같았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마치 고막은 찢어지는 것 같았고,
조금만 큰 소리가 나면 두개골이
박살 나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어김없이 몸 어딘가가 심하게 아파지기 시작했다.
가장 자주 찾아오는 건 위장 경련.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아야만
겨우 사람 같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심할 때는 일주일에 세 번씩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이런 '나'이다 보니
비수와도 같은 말들이
가슴에 와서 꽂히는 일들이 빈번했다
"너는 언제 아플지 몰라서
프로젝트를 온전히 맡기기가 불안해"
"매일 힘들고 피곤해 보이세요, 괜찮으신 거예요?"
"할 수 있겠어요?"
그 말들은 아픔 몸뚱이 사이로 깊게 들어와
날카롭게 박혔다.
나는 궁금했다.
정말 나만 이런 걸까?
다른 사람들은 아침에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서 샤워하고
출근해서 차분하게 메일을 확인하고,
자신의 업무를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내는 걸까?
위경련 같은 건 1,2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 정도일까?
나는 누구보다 더 노력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나의 삶은 이렇게도 힘이 들까.
나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나는 그저 게으르고, 서투르고,
덤벙거리는 부족함이 가득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같은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게를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도...
때로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
자주 쉬어도 괜찮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속도로 살아도 괜찮다.
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우리보다도 더 느렸을 수도 있는 거니까..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 자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