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ADHD. 드디어 너를 만나다

내가 ADHD라고요?

by 묘묘한인생

하루는 너무 무기력하고 힘들어서

다시 정신과를 찾아갔다.


사실 첫 방문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울증 약이

나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실

우울증 약에 대해 큰 믿음은 없었다.

하지만 무기력증이 너무 심해지면서

나는 다시 한번 정신과 문을 두드렸다.

더 이상 혼자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숨을 쉬려고 발버둥 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정신과 상담실에 들어가

나의 증세에 대해서

이것저것 얘기를 하는 도중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우울증이나 단순 무기력증이 아닐 수도 있어요"


의사의 말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내 증상들이 우울증이거나

무기력증이 아닐 수도 있다니...


"간혹 ADHD 환자들이

우울증 환자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거든요.

우울감, 무기력증, 불안감 등...

그런데 그걸 우울증이라고만 생각하고

우울증 약을 먹으니 효과가 없는 거죠"


의사는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는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의 좋은 부분과 좋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


나의 좋은 점은 에너지가 높을 때는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집중력도 뛰어나고, 아이디어는 샘 솟아올랐고

추진력 또한 매우 뛰어났다.

뭔가에 꽂히면 밤새도록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

희열을 느꼈다.


그런데 반대로 나의 안 좋은 점은

금방 방전이 되고,

한 번 집중력을 잃으면 다시 되찾기 어렵고

아이디어들로 시작한 많은 일들 중

끝맺는 건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열정적으로 시작한 일들이

서랍 속에서 미완성인 채로 잠들어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시나리오로 쓰겠다며 작성해 둔 아이디어만

수백 개가 되는데, 정작 완성된 시나리오는

10개도 채 되지 않았다.


나는 늘 시작의 사람이었지,

끝내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의사는 나의 얘기를 듣고

전형적인 ADHD 증상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첫 번부터 단정 짓지 말고

우선 소량의 약물만 사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치 ADHD약을 처방받았다.

콘서타 18.


작고 노란 알약이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나는

그 작은 알약이 내 인생을 바꿀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복욕한 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바로 섬유근육통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온몸을 지배하던 그 수많은 고통이 사라졌다.

마치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악령이

한순간에 물러난 것만 같았다.

어깨의 뻐근함도,

등의 찌릿함도,

다리의 무거움도 모두 사라졌다.


알아보니 ADHD의 경우 전신통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 같다.


내가 ADHD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신 통증이 사라졌다는 기쁨이 더 컸다.

하루에 두 통씩 먹어도 사라지지 않던

섬유근육통이 콘서타 한 알로 해결되다니...


처음으로 통증 없는 하루를 보냈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되살아났다.


그 작은 알약 하나로 인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나는 마치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살게 되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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