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킴 Nov 17. 2020

숫자라는 집착에서 자유로워지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부터 유독 '숫자'에 대한 집착이 생겼다. '몇 등했지?' , ' 몇 등급이지?' , '커트라인이 몇 점이지?'라는 질문은 내가 '숫자'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거기다 대학생이 되면서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평점이 얼마지?' 라는 것이 신경을 썼고, 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는 애들이 '평균이 얼마나 나왔나?' , ' 1,2 등급이 얼마나 나왔지?' 를 늘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월급이 얼마지? 쓴돈이 얼마지? 잔고가 얼마나 있지? 를 생각하면서 숫자로 측정가능한 것들을 점검한다. 


이 숫자라는 것은 정말 신기해서 그냥 1이라고 하면 1이다. 더할 것도 줄어들 것도 없이. 아주 명료하다.  다른 것들을 좀 더 들여다 보고 고민해볼 여지 없이 그냥 그것이 전부이다. 



사실, 내가 평생동안 집착해오는 숫자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체중계 속의 숫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 첫 다이어트를 시작하던 그때부터 항상 체중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체중을 쟀었다. 정말 0.1의 증가와 감소에는 울고 웃으며 체중계 속 숫자들을 노려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체중계는 무슨 죄...)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이 숫자에 대한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다. 


1) 체중계 속 체중의 비밀 : 체중계의 체중은 그야말로 전체 몸무게일 뿐이지 지방과 근육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다. 똑같은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가 확연히 다른 것을 눈으로 보게 되고 옷을 입어보고 느껴본 이후에는 조금씩 체중계 속 무게를 예전처럼 맹신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있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호언 장담했지만 '마른 비만, 내장지방 비만'이라는 판정이 나를 쓴 웃음 짓게 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는 인바디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면서 체지방의 감소와 근육량의 증가를 따로 두고 참고하게 되었다. 인바디자체가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체중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살펴 봄으로서 단순한 '체중'이라는 숫자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게 된 것이다. 



2) 체중의 비밀 : 운동을 하면서 인바디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는데,  많이 먹거나 운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냥 체중이 불어날 때가 있었다. 체중을 매일 체크하면서 나의 신체 주기와 호르몬, 스트레스, 수면시간과 체중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하게 되었고, 그래서 체중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되더라도 좌절하지 않게 되었다. 이때문에 체중이 어느날 갑자기 늘어나더라도 그 숫자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하던 운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다. 이 숫자는 여러가지 크고 작은 요소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 문에 더이상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3) 집착의 대상을 바꾸기 : 운동을 열심히 하면 사실 어느 순간 체중을 잊게 된다. 왜냐하면 내 몸 자체로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옷을입었을 때나, 사진을 찍어 보았을 때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예전과 다르게 체중계의 숫자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오늘 어떤 운동을 했는지에 대해 관심갖는다. 운동과 음식에 대한 생각은 내가 숫자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체중계 속 숫자에 대한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고, 예전보다 많이 자유로워졌다. 이 세상에서 신경써야 할 많은 숫자들 가운데, 내가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진 숫자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동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라이프의 실천을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