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킴 Aug 09. 2020

무념무상속으로

운동 끝에


"열반"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불교에서 수행에 의해 진리를 체득하여 미혹과 집착을 끊고 일체의 속박에서

 해탈한 최고의 경지에 이른다는 뜻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물론 내가 진리를 체득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무념무상의 세계로 '해탈'을 한 것만 같다. 



하체운동만 하는 날엔 정말 하체가 불타오름을 느낀다.

어느새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운동 초기에는 왜 상체와 하체를 나누어 부위별로 할까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상체운동만 하다보면 정말 팔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고,

하체 운동만 하다보면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냥 상체와 하체를 골고루 하면 덜 힘들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다 보니, 하체, 상체, 복부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각종 부위별로 잘근잘근 나누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 저것 섞어서 하면 운동의 효과가 극대화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쿼트와 런지를 종류별로 하고, 갯수를 늘려가다 보면 어느 새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더이상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이미 눈으로 땀이 흐르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그렇게 부들부들 떨릴 때 운동을 중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그때, 몇 개를 더 힘내서 한다.

이 마지막 한 단계가 나의 근육 형성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때가 바로, 운동에서 내가 말하는 '열반'의 경지이다. 사지가 내 것이 아니게 됨을 느끼는 순간.


내 몸을 써서 운동을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그 순간.


무념무상의 순간이다.



늘 생각과 잡념이 많은 나는 이 순간이 너무나 좋다. 머릿 속에서 모든 것을 비워낼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고민들과 걱정들,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들, 나를 괴롭거나 속상하게 했던 일들이 잠깐 사라지게 되면서

그 사실들에서 한발짝 물러나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그 감정이나 사건에 대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것은 사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매일 운동을 하다보니 직접 느끼게 된 운동의 효과이기도 했다.


육신이 이탈(?)하면서 정신을 비워낸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시원한 물 한잔까지 마시면

그땐 비로소 그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일을 또 힘차게 시작할 수 있었고, 매일 매일이 물을 잔뜩 머금은 풀처럼 생기있어졌다.


운동을 통한 비워냄. 이것이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마만 입는것도 하루이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