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다음 생애는 내 딸로 태어나.”
“왜?”
“부모 자식 관계는 끊어지지 않을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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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물끄러미 날 바라보다가 갑자기 내가 딸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도대체 어떤 감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걸까?
지방에서 상경해서 집이 없었던 우리는 꽤 오랫동안 동거 생활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기 전까지 긴 시간을 함께 했다. 나한테 역마살이 있다는데 그래서였는지 집도 꽤 여러군데로 옮겨 다녔다. 성남, 신림, 강서구, 김포, 파주까지 수도권을 횡으로 횡단했다.
신림에서 우리는 1.5룸을 월세로 구했다. 70만원짜리 방. 평균 월세가 5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생각해봤을때 둘이서 70만원짜리 집에 함께 산다는 것은 꽤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졌다.
신림에는 낮에는 햇살에 반짝 반짝 빛나고 밤에는 LED등과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열기로 가득차는 작은 천이 하나 있었다. 신도림까지 이어지는 도림천. 나는 B를 끌고 매일매일 도림천을 걸었다. 그것이 나의 작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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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산책은 멈추지 않았다. 옷을 따듯하게 챙겨입고 도림천을 걸었다. 도림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때 B가 아이스크림을 먹겠냐고 물어본 날이 있었다. 나는 또 그게 너무 좋아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좋다고 했는데도 아무 말도 없어서 뭐하나 뒤를 돌아 확인했더니 별안간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B가 보였다.
“왜 울어?”
“너무 소박해...”
“......”
“좋은거 먹고, 좋은거 입고 해야할 나인데...”
하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막 가방도 좋은거 사고... 옷도 좋은거 사고 해야 하는데...”
전생에 엄마 였던 것은 아닐까? 내 어이 없는 얼굴을 보고도 B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런 작은 것에 기뻐하는 것이 너무 슬프다며.
횡단보도 앞에서 차가운 겨울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코끝이 시뻘개진 다 큰 남자가 너무 웃겨서 나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