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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B Nov 21. 2023

연애는 삼키고 결혼은 뱉기

전세사기 (2)

이사를 무사히 마쳤다. 이사간 집은 집주인만큼이나 이상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이삿짐을 옮기고 있던 와중 우리집 대각선 아랫층에서 아주머니와 할머니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이웃 한 명이 올라와 이사하고 있는 집을 보고 갔다. 이사 온 거냐고 물어봤고, 말수가 없는 B를 대신에 내가 먼저 그렇다고 대답을 건냈다. 할머니는 자기가 정화조 청소를 맡기고 있다고, 달에 만원씩 보내면 된다고 말하면서 우리 옆에 있는 집을 약간 흉보기 시작했다. 옆집이 너무 시끄럽다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사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대화였는데, 그 잠깐 사이 할머니가 나를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낯을 가리지 않는 내가 친숙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지만 할머니는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는지 미간에 약간의 주름만 보인채 뒤돌아 내려갔다. 머쓱해진 내가 B를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날 밤 아랫집에서 큰 소리가 났다. 불행하게도 바닥과 벽은 층간소음을 전혀 막아주지 못했다. 아랫집에선 남자가 혼자 사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굉음과 같은 표효와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게임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표효와 욕설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를 참다 참다 새벽까지도 게임이 끝나지않는 것을 보고 B가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아랫층 남자는 문을 두드려도, 소리를 질러도 나오지 않고 게임에만 열중했다.


아랫층 남자와 마주보고 있는, 낮에 봤던 그 할머니네는 시끄럽지 않은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위로 올라온 B가 이상한 표정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에 같이 내려가 보니 아랫층 할머니네는 TV 소리를 아주아주 크게 키워놓은 상태였다. 이 빌라는 한 층에 두 세대가 있는 구조였는데 세대 가운데 있는 2층 계단이 소음으로 가득했다. 분명 우리 낮에 할머니는 옆집이 시끄럽다고 했는데, 정작 옆집은 쥐죽은듯이 조용하기만 했다.


지금 나 스릴러 영화에 들어와 있는 건가? 거실을 물티슈로 닦아내던 내가 황망한 표정으로 주저 앉았다. B에게 나 지금 '타인은 지옥이다' 드라마 속에 들어와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B도 내 말에 공감했다.


이상했던 점은 또 있었다.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었다. 이유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보증보험사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할까,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자꾸만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만 빠져들어가는게 아니라, B까지 붙잡고 함께 끌려내려가는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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