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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Sep 30. 2020

사진으로 20세기 위인전을 완성한 카쉬

2011년 카쉬 사진전

첫 전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이후 바로 내가 하게 된 전시는 인물 사진의 거장 유섭 카쉬의 사진전이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들이 대부분 지구상의 아름다운 모습과 동식물의 모습이었다면 카쉬는 사람 특히나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과 셀러브리티들을 찍은 사진 작가였다.

백여점의 사진 중 컬러 사진은 단 몇 점에 불과한 흑백 인물사진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오드리 햅번, 윈스턴 처칠,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더 테레사, 넬슨 만델라, 무하마드 알리 등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그런 유명한 사람들의 모습이 은염인화지 위에 수놓아져 있는 그런 전시였다. 포스터에도 써 있듯 20세기의 각양 각색의 영웅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멋진 전시였다.

(내가 기획했지만 결단코 그랬다 )


본 전시의 개막일 하루 전 프레스 릴리즈를 먼저 진행하게 되었는데 행사 진행 도중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부고를 듣게 되었다. 우리 전시작품 중에 아직 어렸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진이 있었고 포토존에도 크게 그녀의사진이 자리하고 있던 터라 애도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얀 장미 두 다발을 하얀 리본으로 묶어 사진 앞에 두었다. 이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던듯 많은 행사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어가셨다.


카쉬전은 내 첫 전시 내셔널지오그래픽 보다는 좀 더 긴 기간인 60여일간 진행되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반면 카쉬전은 세종문화회관의 지하 전시실에서 진행되었는데 그 규모가 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카쉬전시장은 결코 좁다든지 작품이 적다든지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매일 눈과 눈이 마주치는 사진 속 인물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전시 중 거의 매일같이 찾아오시던 재미있는 관람객 분이 생각난다. 50대 중후반의 여성분이셨는데 늘 멋들어진 모자를 쓰고 오셨다. 처음에는 전시도 관람하셨지만 이 후엔 전시장 안에는 들어오지 않으시고 MD샵에서 상품만 구매해가셨다. 그것도 엘리자베스 테일러 관련 상품만! 엽서도 5-60장씩 잔뜩 사가시며 늘 하시는 말씀이 "내가 엘리자베스 테일러야. 그래서 내가 내 사진 사가는거야. 너네 내 허락 안받고 내 사진 전시하는거야."라고 하셔서 우리 MD샵 스태프 친구들이 늘 당황해했었다.


전시 종료 후 작품을 크레이트(작품 담아오는 나무 박스)에 포장해 넣는데 기분이 정말 묘했다.

이 전 전시에서는 부랴부랴 포장해서 지방 전시장에 보내기 바빴는데 카쉬 작품들은 박스로 들어가는 작품들을 보는게 못내 가슴이 아픈거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60여일 간 매일 아침마나 눈을 마추지던 그 사진 속 인물들을 어두운 박스 속에 넣어 포장하는게 마치 가까운 친구를 관 속에 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여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인물사진 그것도 특히 흑백 사진의 매력을 알게 해준 카쉬라는 작가가 참 고맙다. 그리고 존경스럽다.

기회가 된다면 꼭 카쉬 사진전은 다시 한 번 진행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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