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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Aug 28. 2023

짝퉁(?!)이 나타났다

이렇게까지 베껴서 만든다고???

2020년 10월부터 중국 전역 내셔널지오그래픽 투어전시를 하고 있다.

주제도 내가 정하고 사진 하나하나 다 내가 직접 데이터풀에 들어가서 고르고 그 사진에 맞는 설명도 하나하나 다 직접 내가 쓴 그야말로 내 전시회로 거의 3년을 투어를 하고 있으니 제법 자랑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인테리어 콘셉트 하나하나까지 전부 다 내가 직접 정해서 각 전시실 벽 컬러 작품을 거는 높이, 작품 옆에 명제표 붙이는 위치, 액자의 크기까지 전부 다 하나하나 내가 결정하여 진행한 전시회라 (이런 말 웃기긴 하다. 모든 전시회가 다 이렇게 정해지긴 하니 말이다.) 그야말로 "내 전시"라는 말이 당연한 전시회이다.


그런데 얼마 전 중국에서 전시회를 직접 진행하는 내 파트너가 잔뜩 흥분하여 위챗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분명 우리가 단독 전시 주최권자 아니냐고 올해 10월 31일까지는 우리만 전시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너무 흥분한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되물으니 항저우에서 우리와 똑같은 전시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두서없이 마구 보내주는 사진을 보다 보니 어이가 없었다.

틀린 그림 찾기 어떤 게 내거고 어떤 게 짝퉁일까
정답은 1번 3번 내 전시 2번 4번 짝퉁

벽 컬러 사진 (약간 각만 조금 다름) 그리고 명제표 글까지 거의 베껴다 놓은 것이다.

흥분한 그녀를 달래고 나는 그녀가 보낸 사진들을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전시 담당자에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내 주위의 중국통들에게도 짝퉁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결론은 "네가 너무 잘 만들어서 베낀 건데 그래도 피해 갈 건 다 피해 갔네."

그렇다. 똑같다고 생각한 명제표 내용도 문장 중 한 단어씩은 비슷하지만 다른 글을 썼고 사진도 정확하게 게티이미지라고 출처를 밝힌 데다 무엇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아닌 '인터내셔널 클래식 이미지' 전시회라고 입구 타이틀에 기재한 것이다.

명제표 내용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내용이 아니라 내가 직접 공부하고 쓴 건데 아마도 그 내용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것이라 생각하고 다 베껴 쓴 듯하다.


누굴까 이리도 수치심 없이 그대로 베낀 그대 어메이징 한 차이니즈여

잔뜩 화가 났던 내 파트너도 관람객들이 그 전시회가 "짝퉁"임을 깨닫고 그녀에게 "너희 전시가 더 좋아"라고 한다며 화를 누그려뜨렸다. 화들짝 놀랐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전시 담당자도 몽땅 다 따라 베낀 거 맞지만 그렇다고 딱히 또 그대로 똑같이 한 건 아니라 소송을 하긴 애매하다고 했다.


내 짐작에 원래 내 파트너 회사를 다니다 이직한 내부인이었다가 외부인이 된 누군가일 것 같은데 내 중국 파트너는 매일 전시장에 와서 꼼꼼하게 사진 찍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들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너무 잘 만든 게 문제다. 나 참 힙한 기획자인가 보다. 허허

#짝퉁전시회 #어메이징차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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