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여행에세이 10 -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를 읽고
두려워하면서도 거센 파도를 피해 멀리멀리 이곳까지 나왔다. 내가 얼마나 강하게 삶을 원하는지, 살아보려고 애썼는지를 대번에 느끼는 순간이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주르륵 흐르는 물기의 따뜻함을 느끼며 아, 살아 있다는 것은 가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사람과 언덕에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해가 지고 있었고 나는 한없이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p.20)
그리고 가끔 일을 하지 않을 땐, 여행을 다니며 이것저것 사소한 취미를 발견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괜찮다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대로 평생을 산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직업이 자유로워 좋았던 적도 있었지만 때때로 오로지 혼자라는 기분을 느껴야 할 때에는 그 사실이 더없이 무섭기도 했다.
'나는 정말 내 삶에 만족하는 걸까?'라는 문장이 섬광처럼 번쩍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도돌이표처럼 매일을 그 속에서 소비했다. 일도 여행도 무엇도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다. 무엇 하나 새로울 것 없이 이렇게 나머지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즈음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인연처럼 서핑을 만난 것이다. (p.82-p.83)
사람들은 겨울의 거친 파도와 추위를 잘 견디고 나면 여름 서핑이 쉬워질 거라고 했다. 난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는 지칠 때마다 혹은 무서워 겁이 날 때마다 '강해질 거야'하고 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 힘든 걸 견디고 나면 난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서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입고 싶은 것을 입는, 꾸밈없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 새로운 자신의 탄생을 눈앞에 둔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p.27-p.28)
흙냄새 묻고 소금에 절여진 나의 몸뚱이와 까맣게 타버려 예전과는 다른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내가 그토록 원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부모가 나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내가 원해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p.181)
하루를 마무리하는 서핑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예전의 나와는 다른, 나의 자유로운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어느 날, 내가 그토록 원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내가 되려고 했던 무수한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