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여행에세이 11 -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를 읽고
그런데 나는 왜 늘 어디론가 떠나려 하는 것일까? 어떤 건축가는 집은 삶의 보석 상자라 했고, 어떤 건축가는 모든 해답이 자연 속에 있다고 했다. 자연 속에다 안락한 집을 만들었는데 나는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의 꿈을 이루었으니 다른 꿈을 꾸고 싶은 걸까. 아니라면 지금 사는 곳말고 다른 어떤 더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친구를 만나고 싶다거나 아직 보지 못했던 것을 향해 가려는 열망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곰팡이와 장마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걸까. (p.222-p223)
심장이 말랑거렸다. 숨겨둔 보물 같은 순간들. 홀로 간직해야만 더 아름다운 것들. 말해버리면 날아갈까 두려울 정도로 가슴 뛰었던 순간들. 바다 무지개처럼 곧 사라져버려 혹시나 헛것을 본 것은 아니었는지, 계속 도돌이표처럼 궁금증을 던지게 되는 인생의 시간들. 그 시간들은 분명히 이전에 존재했었지만 스스로에게조차 증명할 수 없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나는 바람과 염원으로 만들어진 환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래도 좋다. 그런 환상도 없이 어찌 시간의 여백들을 채울까. 바다로 나가 넓은 세계로 흘러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자꾸 환상을 만든다. 그래서 그토록 그 시간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수평선 너머를 한없이 바라보는,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 말이다.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