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땐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쁜 소리를 입에 담지 않으려 노력 한다. (그렇다고 딱히 속으로 삭이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들과 함께 일하기로 한 건 '나'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면, 그들을 선 택한 내가 멍청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해 보여 서다. 그래서 회사 욕도 잘 안 한다. 할 것도 없지만.
여하튼 일하는베짱이를 시작하고, 정말 정말 사람이 과로로 쓰러진다는 게 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실제로 식은땀을 흘리며 저녁 먹자마자 뻗어버렸다.
누가 보면 세상의 모든 돈을 다 긁어모으고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앞서 말한 가격정책 덕분에 아주 소액의 돈으로 프로젝트에 영혼을 갈아 넣어줬다. 그 일들이 몇 개 쌓여서 이렇게 일만 해댔다. 무언가를 신경 쓸 겨를 조차 없었다.
회사에서 일할 땐 보통 메인 프로젝트 두 개 정도가 동시에 돌리며, 그 일정도 빡빡하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니 동시에 네 개가 돌아가더라. 돌리고자 하니 돌아가더라는게 더 신기했다. 콘셉트를 4개를 잡는 격이다. 다른 작업은 물리적 시간만 있으면 어느 정도 슥- 해낼 수 있는데 콘셉트 잡는 것은 짜릿하면서도 안 풀릴 땐 악마에게 영혼까지 박박 긁어 팔아먹고 싶은 기분이다. 그 정도의 부담과 압박적인 작업인데 하나를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인데 동시에 여러 개를 하니 정신머리가 날아가는 줄 알았다. 게다가 나의 파트너보다는 내가 이쪽이 전공분야라 일선에 서서 적에게 선공을 때리는 느낌의 부담이랄까. 이 한 발이 빗맞으면 아군은 모두 전멸할 지경에 이른 장수의 느낌이었다.
그렇게 여러 개를 처리하고 나자 느낀 것이 있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할 때도 간혹 어느 정도 이쪽 분야에 공부해 봤다며 어설프게 디자인에 대해 지정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웃풋을 망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만드는 목적과 배경, 원하는 방향 등을 설명해주고 맡겨주면 디자이너의 상상력으로 목적에 맞게 아주 잘 나온다. 디자이너도 생각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멋지게 뽑아낸다. 하지만 어설픈 지정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온다.
꽤 큰 회사의 하청회사의 일을 받았다. 저렴한 가격에 일을 받던 때의 작업이라 금액을 많이 받진 않았지만 상당히 즐거운 작업이었다. 즐겁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작업했더니 결과물도 잘 나왔고, 클라이언트 분도 매우 만족했다. 덕분에 다음 작업도 우리와 함께 하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일하는베짱이로 지속적인 관계를 계약한 첫 클라이언트다.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마 우리가 일하는베짱이로 얼마의 시간을 달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첫 클라이언트와 오래 더 많은 것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일하는베짱이로 조금씩 시간을 쌓아가다 보니 당장 앞도 제대로 못 그리던 어제가 아닌, 1년 뒤까지 바라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얼마전 베짱이회 때 파트너 베짱이와 내년 11월까지 열심히 일하고 내년 12월은 통으로 쉬자는 이야기를 나눌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