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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3월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안정의 4월이 곧 올테니, 잠잠히 기다려 봅니다

by Joy Kim

제제와 벌써 초등학교에서 세 번째 3월을 맞이했습니다. 괜찮을 거라고 자신했고, 괜찮을 거라고, 제제와 같은 진단을 받은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3월은 힘든 시간이라는 것또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어어! 하다보니, 어느덧 3월의 중반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개별화 회의(특수교육 행정 업무 담당 교사, 교감 선생님, 담임 교사와 제제에 대해 연간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도 다녀왔고, 제제와 수수반의 공개수업도 다녀왔습니다. 정리가 잘 안 되는 제제를 살뜰히 챙겨주시는 담임 선생님도 만나 뵈었고, 제제와 제제를 챙기는데 에너지를 더 쓰셔야할 담임 선생님을 위해 최적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시고 계신 교감 선생님도 뵈었습니다. 수수네 1학년 교실을 가보니, 과연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1학년 어린이들은 아주아주 움직임이 많고, 눈치보지 않고 손을 번쩍번쩍 들고, 손들지 않고도 끝없이 질문하고, 관심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개구짐 그 자체의 어린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있는 3학년 제제가 얼마나 많이 자랐는 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제는 답을 하기 위해 손을 번쩍 들기도 하고, 짝궁과 함께 세자리수 더하기를 힘을 합해 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다 말거나,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기도 한다는데, 금방 조용히 다른 3학년들처럼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눈에 빛을 내며 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가만히, 아이들속에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늘 제제 곁에서 수다로 함께 해주셨던 저학년 담임 선생님들과는 이제 작별했기에, 겨울동안 부쩍 자라난 친구들 사이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혼자의 세계 속에서만 지내다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보조선생님은 3월 말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전까지 제제는 우물처럼 조용하게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는 동안, 또 아이는 자라나겠지요.


제제 엄마인 저는 그냥 지내고 있습니다. 제제가 얼마나 3월의 긴장 가운데 고단한 지를 느끼는 것은, 다름아닌 하교 후 입니다. 교문 앞에서 저를 만나면 자지러 집니다.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화를 내고, 저를 때리고 말과 마음에 날이 가득해져 있습니다. 운동화를 구겨 신고, 자켓의 자크도 채우지 않고, 뛰어서 제 앞에 나타납니다. 어서 집으로 가고싶어하는 제제를 느낍니다. 그런 제제를 보고, 수수는 지퍼도 올려주고, 엄마한테로 걸어가자 언니! 곁이 되어 줍니다.


우리 제제는 엄마에게 막 화가나서 소리지르는 그런 아이가 아닌데, 사람이 가득한 교정에서 괜스레 엄마를 보자마자, 얼었던 긴장이 풀리면서 그런 제제가 돼버리곤 하는 3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제제는 그런 제제가 아니니까요. 3월의 제제만 그런 것이니까요. 제제는 4월이 되면, 한뼘 더 자라있을 것이고, 진정한 3학년이 될 것입니다. 진통제를 맞아도, 항생제를 먹어도 먹어도 부은 편도가 가라앉지 않고, 입안 가득 구내염을 머금은 제제 엄마는 아이들과 밤이 되면 신생아처럼 자고 자고 또 잡니다. 이 시간이 흘러가는구나, 느껴봅니다. 학교 화장실은 가기 싫은 탓에 하교하고 제제는 뛰어서 집으로 와서 용변을 봅니다. 한숨 돌리고, 방과후 영어 수업도 수강하러 학교에 갑니다. 방과후 수업을 이제 주3회나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술 수업도 하고, 원어민 영어회화도 즐거이 합니다.


4월의 제제를 기대합니다. 과학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나눗셈도 배우는 3학년이 되어 고단하지만, 학력진단 평가도 무난히 잘 통과해낸 제제는 어느때처럼 3학년 또한 무탈히, 친구들 가운데, 사랑이 많은 아이로 잘 커나갈 것입니다. 반드시 그리 될 것입니다.


영유에서 미국 교과서 3학년 과정을 하루종일 읽고 쓰며 배우다가, 공립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모든 게 쉽고 재미있는 수수 역시, 하교 후에는 뒹굴뒹굴 책만 봅니다. 그 어떤 스케줄도 추가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책만 읽다 잠들고 싶다는 수수 역시, 분명 학교에서 놀다왔다는데 낮에도 꾸벅꾸벅 좁니다. 지난 주말은 열감기도 지나갔습니다. 3월이 지나면, 수수도 1학년의 생활 리듬과 에너지를 회복할 것입니다. 3월은 한뼘 크는 봄날의 기지개 같은 시간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이상기후로 폭염이 예상된다는 4월이라는데, 완연한 봄의 행복을 곧 모두가 누릴 다음 주, 다다음주를 기대해 봅니다. 엄마도 아이들도, 고단한 시절을 지나, 몸도 마음도 꽃피는 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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