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1. 15 화

by 홍석범

아침 일찍 호스텔을 나와 해변을 삼십 분 정도 걸었다. 혼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바람이 그치지 않고 불었다. 이어폰을 끼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혹은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바다와 고층 건물들을 구경했다. 아파트인지 호텔인지 사무실인지 비어 있는지 차 있는지 모를 큰 건물들이 듬성듬성 거인들처럼 바다 옆에 서 있다. 그 여유로움이 좋았다.


아홉 시에 텔아비브 대학 캠퍼스에 도착해서 일행을 만났을 때 그들은 나를 고스트라고 불렀다. 어젯밤에 온 거야? 도착하자마자 잤어. 오늘 아침에는? 해변을 걸었지. 어제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네가 없어서 다들 너를 고스트라고 생각했어. 파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분위기에 조금씩 적응했다. 사실 인원이 너무 많아 한두 명 정도는 조금씩 뒤처지다 정말로 고스트처럼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게 적은 것보다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칸의 건물이었는데 킴벨을 위한 연습인 것 같았다. 지나가던 공학부 교수 한 명이 우리에게 건축학과 학생들인지 물었다. 이건 최악의 건물입니다. 여러분은 절대로 이런 건물을 짓지 마세요. 이게 생전 처음으로 건축가들의 건축가 칸의 건물에 들어가서 내가 들은 소리다. 공간은 어둡고 낭비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내부를 용도에 맞게 개조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가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마도 보존되어야 마땅한 칸의 건물이기 때문에. 오래전 수업 중 어떤 교수님이 킴벨 미술관은 당신이 본 가장 완벽한 건물이라고, 다시 말해 그것으로부터 우리는 아무것도 빼거나 덧붙일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여기에 한 층을 더 만든다니요. 그건 신성모독입니다! 그들은 지붕 구조의 의미에 대해서도 전혀 무지했다. 실제로 천창은 온갖 쓰레기로 덮여 있어 건축가가 그렇게도 애지중지했던 빛은 아예 들어오지 않았고 밑에서 올려다보면 창 위에 굳은 용암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거대한 창고 속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간이벽들을 세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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