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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Apr 14. 2024

2024. 4. 14 일

내가 계속 가고 있는 길이 이 길인데 어찌 언젠가는 그 끝에 도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끝을 생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이다. 이 태도는 미래를 향해 가면서도 어떻게 현실에 충실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길의 명사가 아닌 걷는 자의 동사로서.

어제 윷놀이에 대해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던 중 일면 그런 삶의 자세가 드러나는 순간이 있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T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의 인물이다. 물론 안다고 말하기에는 단지 두 번 저녁을 먹었을 뿐이다. 어딘가 할아버지 같은 그는 주둥이에 뻣뻣한 털이 수염처럼 나서 할아버지같이 생긴 강모 닥스훈트를 키우고 싶어 한다.


카페 모스코 옆의 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앞으로 오 년, 십 년 후 이 선선한 봄날 밤을 기억하는 생각을 하니 지금 이 순간이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구리 컵이 아닌 유리컵에 나온 모스코 뮬을 조금씩 홀짝거리며. 이 칼 막스 알레를 걸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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