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꿈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강아지에게
봄의 초입에 한 통의 메일을 받았어. 너를 막 떠나보내던 때의 슬픔을 담은 작은 책 있잖아. 그걸 보고 온 연락이었는데 떠난 반려견을 기억하는 법에 대한 인터뷰 제안이었어. 나는 메일을 조금 늦게 확인했고 인터뷰에 참여하지는 못했어. 그런데 내 앞에 한 번 놓였던 질문을 쉽게 지울 수 없더라고. 그렇게 내 앞에는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 놓였는데 나는 그 질문을 쉽게 옆으로 치워둘 수 없었어. 그 이후로 내 안에 어떤 말들이 남아있는지 들여다보게 되었지.
네가 막 떠났을 때 나는 슬프고 두려웠어. 네가 약해지는 모습이 너무 빠르고 급작스러웠기 때문에 너에 대한 모든 게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지게 될 것 같았거든. 기억도 못 하는 과거가 되는 걸 막고 싶어서 나는 너의 이야기를 종이 위에 붙잡아 두기로 했지. 기억이 흩어지고 네가 곁에 있었던 일도 흐려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어. 나는 너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었어. 지금은 그게 전부가 아닌 걸 알아. 사라질까 두려웠지만 여전히 내 곁에는 어떤 흔적으로 계속되는 너의 이야기가 있어.
나는 이제 포포 네 이야기를 소리 내어 할 수 있게 되었어. 너를 떠올리면 눈물부터 나던 때는 지났나 봐. 울지 않고 네가 어떤 강아지였는지 말할 수 있고 이야기하면서 꽤 즐겁기도 해. 그래서 내 안에 남아 있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네 이야기 인가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았어. 나는 포포 너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얀 강아지, 어쩌면 내게 있어 유일한 강아지일 포포 너에게 말이야.
여전히 자주 떠올리지만 나는 이제 네게 더 좋은 보호자가 될 수는 없지. 너를 생각하면서 즐거워하다가도 내게 만회의 기회가 없다는 게 자주 속상해. 곁에서 등을 동그랗게 말고 자는 너를 기억하고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뜬 눈으로 너의 상태를 지켜보는 것밖에 하지 못하던 새벽의 나를 기억해. 그때의 무력감을.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긴장하고 잠 못 들던 그 가을의 밤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잠은 안 오고 누운 채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면 이불에 파묻힌 채로 옆에서 자던 네가 떠올라. 쓰다듬으면 부드러운 등, 나보다 살짝 높은 체온, 담요 위에 동그랗게 파인 자국같이, 네가 준 포근함을. 그 포근함을 떠올리다가 다른 털 친구와 함께하는 상상을 할 때가 있어. 그러면 곧이어 늦은 새벽까지 쏟아지는 졸음을 버티면서 불안해하던 그 감각이 생생하게 나를 덮쳐와. 나는 이제 엄두가 나지 않아. 어떤 강아지도 혼자 두지 못할 거야. 포포 너는 때때로 혼자 보내던 텅 빈 집에서의 시간이 떠올라 어처구니없겠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을,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네가 눈앞에 있어도 불안했어. 바로 옆에서 네 배가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내리는 걸 확인하고도 안심할 수 없던 때가 있었으니까.
자주 보고 싶고 한 번만 쓰다듬어 봤으면 싶을 때도 많아. 그럴 때마다 쌓인 그리움의 조각들이 포포 네가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어. 이제 슬픔의 격랑을 지나 잔잔한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내가 여기 없는 너에게 안부를 전할 뿐이야.
강아지 이야기하면서 강아지 사진 안 올릴 수 없으니까 덧붙이는
잠이 뚝뚝 떨어지는 포포 강아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