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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21. 2022

혼자가 아닌 나

시작부터 우당탕.

출국 전날 걱정에 밤을 꼬박 새웠다.

혼자인 게 왜 이렇게 무서운지.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집을 나서려는데

곧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캐리어 비밀번호를 모르기 때문.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고

해결책은 간단했다.

“문방구에 가서 자물쇠를 사라.”


그리고 겨우 공항으로 출발하게 되는데...

프린트, 환전, 유심칩, 체크인 등등

2년 만에 하는 것들은 지극히도 낯설어서

한참을 헤매고 다녔다.


드디어 미션 클리어.

뿌듯한 마음으로 마지막 한식.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카드사에 전화해서 해외 출금되는지 확인했어?

여권 사본은 챙겼고?”


쏟아지는 질문에 내 대답은 하나.

“아니?”


3번의 해외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인데

돌이켜보니, 파워 J인 그 친구가 차려준 밥상에

나는 숟가락 들고 룰루랄라 춤을 췄던 거더라.


여권에 도장 많이 찍혀있다는 이유로

친구 앞에서 우쭐대곤 했는데,

여행을 많이 간다고 여행을 잘하는 건 아니구나.


공부를 많이 한다고 잘하는 게 아니고

일을 많이 한다고 잘하는 게 아닌 것처럼

세상 이치 다 똑같다, 싶었다.


그렇게 나는 모두의 챙김을 받으며

찐 비행기를 타게 된다.

이 시국에 눕코노미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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