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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30. 2022

네버랜드

나에게 세비야란 환상 속 네버랜드.


언젠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진짜 스페인을 보려면 세비야로 가라고.


20 초반,  번째 유럽여행에서

바르셀로나와 사랑에 빠졌다.

대체 이 나라는 뭐지?

뭐길래 이런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거지?


궁금했다.

진짜 스페인을 보고 싶었다.

얼마나 더 좋을까.

환상에 부풀었다.


20대 중반, 스페인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가지 못했다.

잡을 수밖에 없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

그렇게 여행을 포기하고 직업을 얻었다.

세비야는 나에게 스스로에게 진 빚처럼 남게 되었다.


20대 후반, 나는 퇴사와 함께

빚을 갚듯 당연하게

스페인행 비행기 티켓을 나에게 선물한다.


10년 가까이 환상에 부풀어 있었으니

세비야와의 만남이 얼마나 설렐지 상상이나 가는가.

시작은 좋았다.


마드리드를 떠나 세비야로 가는 날.

기차를 타기 ,

구글맵 평점만 보고 문어 요리를 먹으러 갔는데

완벽한 현지인 식당 당첨!


누군가는 술을 누군가는 커피를 누군가는 식사를

 누군가는 파친코를 돌리고 있는

이상하게 조화로운 풍경.


"올라!"

주인아저씨가 나에게 건넨 인사로

나도  이상하지만 조화로운 풍경에 녹아들었다.


아.. 따뜻하다.

그분이 내려준 카페  레체는

 인생 커피로 등극했다.


그리고 세비야행 기차 안.

출발 전, 자리에 앉아있는데 한국어가 들렸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 많은 기차 칸 중 마침 내 옆자리.

한국인 여자분이었다.


순례길과 사랑에 빠져

 번째 걸으러  길이라고 했다.

두 시간 동안 순례길 스토리를 듣고

나는 더 큰 환상에 부풀었다.


네버랜드!

드디어 세비야다!

진짜 시작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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