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신고
퇴사 후 4개월이 흘렀다.
매일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깊은 우울과 그 우울을 박차고 올라가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은 한없이 평온했다.
조용한 휴대폰
무한한 늦잠
소소한 할 일
또 어느 날은 한없이 불안했다.
조용한 휴대폰
무한한 늦잠
소소한 할 일
그 '어느 날'이 쌓일수록 생각은 많아졌다.
내일은 뭐 하지?
늘 답이 없어 조급했다.
내가 뭘 원해서 퇴사했는지
그 이유조차 희미해졌다.
덧붙여
나에 대한 자신감도
나에 대한 확신도
그렇게, 나 자신이 희미해졌다.
전 직장 동료한테 연락이 왔다.
"잘 지내?"
무슨 답장을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렇게 썼다.
무탈하다.
사전에 검색해 보니 이런 뜻이다.
병도 없고 사고도 없으니
맞는 말이다.
나는 여전히 평온하고 불안하고 조급하지만,
무탈하다.
단어 하나 추가됐을 뿐인데
왠지 마음이 놓인다.
무탈하니까
괜찮다.
이렇게 생존신고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