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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세상은 내편 Nov 01. 2020

나는 퇴사에 실패했다

다시, 회사


 나는 퇴사 실패자다.

 이전 글에서 다시 회사로 돌아간 이유를 설명했지만 결국 한 번의 퇴사 시도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쿨하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실패가 뭐 어때서 인정 못할 것도 없지 싶다.

오히려 한 번의 실패로 나는 회사 생활의 새로운 맛을 골고루 느끼고 있으니 나중에 이야기할 거리가 더 많겠군 하고 당당해졌다.


뒤도 안 볼 것처럼 조직에서 떠난다고 했을 때 같이 일하던 분들이나 친구들에게 약간의 부러움의 눈빛도 받았고 걱정스러운 시선도 느꼈었다.

내가 다시 회사에 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 누군가에겐 '그래 퇴사는 쉬워도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의 시선이야 어쨌든 가정 경제를 위해 나는 경제활동을 해야 했고, 금전적 여유를 기반으로 좋아하는 일들을 벌이기에도 덜 부담스러워졌다.

당연한 일이지만 돈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딴짓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같이 줄었다.

위로가 되는 것은 퇴사 후 7개월 동안 개인 시간은 훨씬 많이 주어졌지만, 회사를 다니며 짬짬이 일을 벌일 때보다 시간을 더 효용 있게 쓴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9 to 6'로 묶여 있을 때 쓸 수 없던 낮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평일 독서 모임, 동네 도서관이나 외부 강좌를 들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지만 퇴직 후 나의 업을 만들 시스템에 대한 그림은 안 그려졌다.


 퇴사하기 몇 달 전 1인 기업 활동을 하는 분들을 만났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각자의 이유로 창직을 하고 쌓인 시간만큼 아니 그 이상 성장과 발전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퇴사를 하고 후회하지 않는지 물었다.


 국내 유명 여행사를 다녔던 한 분은 여행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1인 여행사를 만든 것 외에도 다수의 활동을 하는 N 잡러였다.  다시 직장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조직 경험을 더 해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하셨다.

 직급이 올라가고 조직 내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보는 것도 큰 자산이 될 거라는 의미였고, 아직 나이가 젊고 구성원을 리드하는 자리에 있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조금 있다는 것이다.

만난 지 1년이 지났고 지금 코로나로 여행사는 힘들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지금도 잘해나가고 계신다.


 한 분은 유명 온라인 교육 기업에서 일하며 워킹맘으로 오래 유지했지만 아이들의 중요한 시기에 큰 결단을 하고 퇴직 후 열심히 창업을 준비해서 게스트 하우스와 셰어하우스를 운영해 빠른 시간 안에 목표 월수입을 달성하고 지금은 강의까지 병행하고 계시다. 퇴사 이후 스스로 업을 만들면서 직장 다닐 때 기획자로 일했던 능력을 100프로 발휘해 스스로를 홍보하고 일을 기획하는데 탁월하신 분이다.

자신은 퇴사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으며, 부부 중 한 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한 명은 창업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셨다.  


 1년 전 여름 두 분의 이야기를 들을 땐 퇴사를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들렸는데, 퇴사 실패 후 당시 대화를 떠올리니 포커싱이 달라진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직장을 다니는 동안 퇴사 후 할 일에 대한 목표를 어느 정도 명확하게 만들었고 퇴사 후 바로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보고 싶은 것을 본다더니 내가 딱 그렇다.

 

 내가 퇴직금이 두둑해서 좀 더 버틸 수 있었다면, 다음 일을 만드는 것에 대해 조급함이나 기대, 두려움이 덜 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까?


 실패한 퇴사라고 했지만 잠시 멈춤을 할 줄 아는 것도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진 두려움의 근본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실패 이후 들여다보게 되었다.

다시 회사에 출근하며 다짐한 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날 때는 나의 비전을 좀 더 명확하게 하고, 조직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습득하고 떠나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여전히 힘든 일에 맞닥뜨리지만 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은 한 번의 퇴사 실패 경험이다.




오늘 제8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마지막 날이라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브런치에서 불이 납니다.

공지가 뜬 것을 보고 응모하고 싶은 주제가 퇴사였는데 , 마감날까지 마무리하지 못했고 앞으로 쓸 글이 많아 다음에 도전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것도 실패인가요^^


다시 회사에 다니며 이전보다 많은 것이 보입니다.

그 사이 벌인 일들도 생겼습니다.

매거진으로 먼저 잘 정리해 볼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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