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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날 Dec 22. 2017

나홀로 도쿄 미술관 여행 이, 국립서양미술관.

둘째날, 12.5


호스텔에서 간단하게 커피와 크로와상을 먹고 본격적인 미술관 탐방을 시작하였다. 도쿄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미술관은 국립서양미술관. 일본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 야금야금 모은 컬렉션들이 굉장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도쿄에서 가장 방문하고싶었던 미술관이다. 국립서양미술관은 우에노공원에 위치해있어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11시 즈음에 미술관으로 출발하였다. 



우에노역에서 우에노공원쪽으로 걸어갔다. 날씨도 한국에 비해 매우 따뜻하고 하늘도 맑고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우에노공원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에노 공원 초입에 엄청나게 큰 은행나무가 있었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웅장한데 사진으로는 잘 담기지가 않는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평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모던한 디자인의 국립서양미술관. 



티켓엔 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을 좋아해서 종교화가 대부분이었던 초입 부분은  그다지 재미있진 않았다. 그런데 웬걸, 뒤로 갈수록 와- 소리가 나오는 작품들이 많았고 일본의 기획력과 수집력(?)에 감탄했다.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공부는 안하고 미술도록을 볼 때부터 마음에 드는 작품은 꼭 작품과 작가와 제목까지 무음 사진으로 찍는 습관이 생겼다. 흥미가 생긴 화가에 대해선 좀 더 작품을 찾아보고 공부를 해보기도하고. 뭔가 스쳐가는 인연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싶은 마음이랄까. 20대 초반부터 작게 작게 쌓아온 습관이 미술관을 좋아하는 서른을 앞두고 있는 나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을 해본다.  



왼 The Last Judgement - Leandro Bassano / 중 The Capture of Christ - Bartolomeo Manfredi / 오 Two Sleeping Children - Peter Paul Rubens

왼쪽의 작품은 뭔가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종교에 대한 경외심과 숭고함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담아뒀다. 악마와 성자와 일반 백성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신을 중심으로 통일감을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중앙의 작품은 슬프고도 무기력한 크라이스트의 감정이 너무도 잘 느껴져서 기록을 해두었다. 작품도 커서 실제로 봤을때 그 표정과 감정이 잘 와닿았다. 오른쪽의 루벤스 작품은 굉장히 작은 작품이었는데 어쩜 저렇게 색의 표현을 사랑스럽게 하였을까라고 생각했다. 



미술관이 꽤 크다보니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들을 놓아두었는데 그곳에 앉아 밖을 바라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특히나 12월초 도쿄의 날씨가 우리나라 늦가을 정도의 날씨여서 창밖을 바라보니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려 후두둑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미술관에서 바라보는 낙엽이 지는 풍경이라니, 꽤 낭만적이었다.  



좌 Music - Willian Adolphe Bouguereau / 우 Spring - Jean Francois Millet

이 두 작품은 다른 의미에서 나에게 좀 충격적이었다. 왼쪽의 그림은 뭐랄까, 내가 그 동안 갖고있었던 유럽의 고전화에 대한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이토록 쨍한 원색과 아무것도 없는 배경이라니. 특히나 저 파란색이 너무도 특이해서 한참을 쳐다봤다. 그리고 오른쪽 그림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뭔가 나에게 묘한 느낌을 주는 색조합이 있는데 저 분홍색과 초록색이 그랬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요상한 느낌이 든다. 이 그림은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주인공으로 하였다. 그래서 그런가 남자아이의 얼굴은 조금은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익룡을 닮은 것 같은 건 나의 기분탓이겠지) 벌거벗고 있는 두 아이들이 사랑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기 위해 '벗는' 세상에서 오히려 이 '벌거벗음'이 더욱 더 순수하게 보였다. 



좌 La Siesta, Memory of Spain - Gustave Dore / 중 Morning of the Seine - Claude Monet / 우 Vetheuil - Claude Monet 

왼쪽의 그림은 아이들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저장해뒀다. 뭐랄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아이들이 아니라 뭔가 음울하고 무서운 아이들. 특히 맨 앞 쪽에 있는 살짝 연두색 옷을 입고 있는 꼬마아이의 표정이 정말로 무서웠다. 엑소시스트도 그렇고 서양은 뭔가 아이에게 악령이 깃드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오래전부터 갖고있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운데 그림은 전세계 사람들이 사랑해마지않는 모네의 그림. 실제의 아우라는 1/100도 못 담았다. 실제로 보면 저 초록색이 정말로 청량하고 싱그럽다. 가까이서 보면 물감뭉치, 조금 떨어져서보면 햇살이 담긴 너무나도 멋진 풍경. 참으로 신기한 인상파의 그림들. 당시 사람들이 처음 인상파 그림을 봤을 때 정말로 충격을 받았을 것 같긴하다. 오른쪽 그림은 또한 모네의 그림.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색조합.



좌 Poor Fisherman - Pierre Puvis de Chavannes / 중 Self Portrait as a Troubadour - Emile Bernard / 우 Digitales - Paul Ranson 

가운데 그림은 색조합이 너무 예뻐서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오른쪽 그림은 뭔가 일본 그림에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 나서 저장했다. 그림의 선도 그렇고 뭔가 만화 같은 분위기이다. 작가를 검색해보니 한창 인상파가 활동할 때 태어났던데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였던 자포니즘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라는 개인적인 추측.


 

좌 Woman with a Hat - Pierre Auguste Renoir / 우 A Seated Woman - Leonard Tsuguharu Foujita

왼쪽의 작품은 너무도 유명한 르누아르의 작품. 어쩜 저렇게 솜털처럼 그림을 그릴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오른쪽 그림은 금색의 배경도 그렇고 인물 묘사가 클림트가 확 떠올라서 저장했는데, 일본작가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1929년의 작품이고 클림트가 1918년에 죽었으니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또 한번의  개인적인 추측을 해본다. 그림 자체도 멋지고! 



I am Beautiful - Auguste Rodin

조각 작품들은 따로 전시되어있다. 사실 나는 조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빠르게 훑으면서 보고있는데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포즈가 처음 시선을 사로 잡았고, 두번째로는 제목에 한번 더 끌렸다. '나는 아름답다'라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제목이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했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도 있지만 혼자 한번 생각해보고싶어서 아직도 그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다. 



미술관 앞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있다. 미술관 앞에 로댕의 작품이 있는 것을 보고 정말 일본이 괜히 일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 옆에 한 청년이 생각하는 포즈를 따라하고 있었다. 나도 따라하고싶었지만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었으므로 따라하는 사람의 사진을 찍었다. 



우에노 공원의 단풍은 절정이었다. 의도치않게 또 한번의 단풍구경을 하였다. 화요일 낮이었는데 미술관을 구경하는 사람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특히 신선했던 점은 미술관에 노부부가 많았다는 것이다. 함께 미술작품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뭔가 훈훈해보였다. 미술관을 나오니 2시가 훌쩍 넘어서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구글맵스에 식당이 많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깔끔한 번화가가 나왔다. 혼자서 먹기 좋은 작은 덮밥집에서 규동을 먹었다. 기계를 통해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으면 점원이 다가와서 내가 주문한 것이 적힌 쪽지(?)를 가져간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직접 갖다주었다. 규동 가격도 저렴하고 배불리 한끼를 잘 먹었다. 첫날이어서 그랬을까, 의욕이 과해서 짧게 식사를 하고 바로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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