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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날 Sep 14. 2022

불안에도 종류가 있다면

내가 유독 취약한 불안

정말 오랜만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억지로 자려고해봤자 잠들지 못할 것을 알기에 애쓰지 않기로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새벽 시간을 마주하고자 노트북을 켰다.


정말로 오랜만에 이 시간에 (다음날 출근을 해야함에도) 깨어있는다. 언제나 잠이 부족한 나지만, 오늘처럼 잠 못 드는 순간이 몇번 있었다. 나는 당시의 상황과 기분을 아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데, 그때와 지금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은 '불안'이다.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지금은 당시보다는 상황이 아주 낫지만 아주 오랜만에 불쑥 찾아왔다.


남들은 나에게 멘탈이  좋다고 한다. 나도 어느정도 동의한다. 우리가 겪는 다양한 상황들, 사람들에 대하여 나는 왠만하면 당황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 내가 대처하면 되니까. 만약 다음날 중요한 발표가 있으면, 내가 발표를 잘하면 된다. 다음날 중요한 시험이 있으면, 내가 시험을 잘보면 된다.  다음날 내가 아주 불편해하는 사람을 만나야한다면,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내가  맞춰주고 대처하면 된다. 이러한 상황들에서는 '' 무언가를   있다. 불안함이 불쑥 올라와도, ‘이렇게 하자라는 일종의 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현재 겪고있는, 과거에 나를 잠못들게했던 상황들은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대처할 수 있는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꼬리를 물고 물다보면, 결국엔 '모든 것은 끝난다'라는 허무주의적인 생각에 도달하기도 하고 그러한 생각이 묘한 위로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죽어버리자! 이렇게 결론이 나지는 않았고, 어차피 끝나니까 조금만 견뎌보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이 나에겐 가장 큰 위로였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내가 불안함을 잘 느끼는 사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취약한 '불안'은 있는 것 같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감. 그래서 귀신을 무서워하는 걸까? 나는 잔인한 것은 꽤 잘 보는 편이다. 그런데 귀신은 정말 무섭다. 아직도 주변에서 장난식으로 귀신얘기를 하면 귀를 막고 큰소리로 떠든다. '사람'은 어쨌든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되는지, 무엇을 피해야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고스트(새벽이라 조금 무서워서 단어를 대체한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그런걸까? 라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다.  


나 자신을 믿고 행동에 책임지는 것은 인간으로서 나쁘지않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사가 내 맘대로 흘러가진 않더라. 그때마다 적절하게 대응하고 적응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정말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오기도 하더라. 길가다 고스트를 마주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뭘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숨어서 사라지길 기다리던지 못본체 가던길 가야지. 내가 요술을 부리거나 마법을 부릴 수는 없다. 정말로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음을 받아들이자. 바람이 지나가길, 강물이 흘러가길 기다리자. 결국엔 다 흘러간다.



잠 못드는 새벽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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