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시계를 보니 7시 50분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조조 영화를 보기로 했지만, 시작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
더 자고 싶었지만, 이미 깨어 아침을 기다리고 있는 아기가 내 곁에 앉아 있었다.
침대를 둘러보니 남편이 없었다.
안방을 나서며 남편의 흔적을 찾는데, 곧 쏴아아— 하는 샤워 소리가 들렸다.
‘아, 씻는구나.’
샤워 소리가 이렇게 안심이 될 줄은 몰랐다.
아기가 생긴 후로 남편이 옆에 없을 때면 괜히 불안하다.
누군가와 ‘같이’ 육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안도감이 든다.
그래서 그가 집 안에 있다는 것만 확인해도 마음이 살짝 풀린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 나는 아기에게 멸균 우유를 건넸다.
소란스러웠는지 잠시 후 화장실 문이 열렸다.
“일어났어?”
“몇 시에 일어난 거야? 아기 아침 데워놨어. 나도 씻고 금방 나올게.”
우리는 서로에게 안부를 묻기보다, 아기와 관련된 정보부터 확인한다.
그리고 나도 샤워하러 들어갔다.
남편이 있을 때의 화장실은 내 유일한 ‘문 닫을 수 있는 공간’이다.
아기와 둘이 있는 날엔 문을 닫지 않는다.
그래서 보호자가 있을 때 문을 잠그는 건, 잠깐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는 뜻이다.
짧게 숨을 고르고 샤워를 마쳤다.
내 안식은 늘 짧지만, 그 짧음이 나를 버티게 한다.
“애기 밥 잘 먹어?”
“응, 오늘은 안 뱉고 잘 먹네.”
요즘 아기에게 생긴 버릇 때문에 꼭 확인해야 하는 질문이다.
잘 먹었다는 말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외출 준비를 마친 우리는 아기를 차에 태워 친정으로 향했다.
아직 영화관에 데려갈 수 없는 나이라, 이런 날엔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는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항상 함께 온다.
그래도 오늘은 데이트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차에 오르자마자 피곤함이 먼저 얼굴을 내밀었다.
막히는 도로, 흐릿한 눈, 억지로 밝히려는 말투.
나도, 남편도 말 대신 작은 한숨과 짧은 짜증만 흘렸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마음은 조금씩 좁아졌다.
그러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아무 말도 없는 차 안.
피곤함과 긴장, 그리고 ‘오늘조차 망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예매한 영화가 갑자기 멀게 느껴졌다.
‘또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나를 조여 왔다.
남편도 느꼈는지 영화를 취소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아주 조금… 숨이 쉬어졌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