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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May 23. 2020

스타벅스와 막도군행조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금요일 밤, 잠을 좀 설쳤다. 토요일을 앞둔 설렘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벽 4시가 좀 넘어 눈을 떴다. 잠을 좀 더 청해보려 뒤척이다 목이 말라 마신 냉수 한 컵에 새벽의 잠결이 모두 사라졌다.


라디오를 켜고 사과 한 입 베어 물며 새벽의 한가로움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아침 7시가 되었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새벽 졸음이 다시 찾아온다. 다시 자면 정오쯤에나 일어나겠지, 그러면 주말 하루 쓸 게 없게 되겠지라는 불안감에 집을 나섰다. 스타벅스가 떠올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른 주말의 시작을 도모하는 것도 좋겠다.


근처 대로변을 따라 스타벅스 카페가 두 개나 생겼다. 한 군데는 아침 8시에 오픈, 다른 한 곳은 아침 7시 오픈. 아직 8시가 되려면 시간이 남는다. 7시에 오픈하는 곳을 향했다. 내가 오늘 첫 손님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아무도 없는 휑한 스타벅스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부지런한 새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8시가 좀 안되어 도착한 두 번째 스타벅스에는, 웬걸, 벌써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만약 카페의 오픈 시간이 아침 6시였더라도 마찬가지일까. 내가 첫 손님일 것이란 예상은 섣부른 오만함이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집에서 집어 온 주말신문을 펼치니 이런 문구가 들어온다. 막도군행조.


"그대가 먼저 나섰다고 말하지 말라. 그대보다 먼저 출발한 이가 있다(막도군행조, 갱유조행인)." 중국 명나라 말기 잠언을 모은 계발서 <증광현문>의 한 구절이란다. 겸양을 권하는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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