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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May 16. 2020

김씨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소소한 경험이 구체적 의견을 만든다.

속담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이런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해변가에서 돌을 던지면 십중팔구는 김씨가 맞는다"였던가. 그만큼 대한민국 성씨 중에 '김씨'가 흔하다는 의미다.


정말 그럴까? 쓸데없는 의문이 발바닥을 간지럽힌다. 관련 통계를 확인해보면 되겠지만, 그런 건 좀 재미없다. 경험적 연구와 검증이 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그래서 소소하고, 사소하고, 뜬금없고, 의미 없는 검증을 해보기로 했다. 주말이니까 조금은 쓸데없는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


중앙일보에서 보내는 주말신문 <중앙SUNDAY> (5월 16일~17일)를 펼쳤다. 새로 나온 책들을 소개하는 'BOOK' 코너다. 각종 저자와 옮긴이의 이름들이 즐비하다. 코딩을 하는 마음으로 지면에 나오는 이름을 모두 나열하면 이렇다: 김창우, 강주헌, 김환영, 석기용, 김영민, 김민호, 성태제, 윤철규, 김형민, 김흡영, 조현, 강신덕, 김성숙, 김유미, 배영대, 김미루, 김아영, 김용옥 총 18명의 이름 중에 김씨는 11명. 십중팔구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50%는 넘겼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성씨 중에 김씨는 흔한 편이다라는 느슨한 가설을 아주 거칠게나마 입증한 셈이다. 물론 무작위 표본수가 너무 적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이론적 정밀성과 타당성을 따지고 든다면, 좀 복잡해진다.


하지만 오늘부터 나는 '김씨는 흔한 성'이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당연한 사실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경험해 본 사람 중 한명이 된다. "내가 신문 지면을 펼쳐서 이름을 다 세어 보았는데, 그 중 50% 이상이 김씨였다"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에 떠도는 당연한 이야기들, 전문가들이 전하는 전문지식들을 '진리'에 가까운 지점에 위치시키는 것은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 최소한 나의 구체적인 경험이 있기 전에 누군가를 평가하고 일반화시키는 것 또한 무모하다. 당연한 이야기들이 허구에서 시작했을 수도 있고, 전문가가 말하는 이야기들 역시 또 다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오로지 나의 경험을 통한 '해석'만이 우월할 때도 있다. 모래알처럼 작은 개별적 경험이 '진리'에 가까울 리 없겠지만, 최소한 아주 거짓말은 아닌, 최소한의 도덕을 갖춘 '의견'이 될 수는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로 시작하는 건방진 일반화도 문제지만, 내가 겪어보지도 않은 일을 진짜 사실처럼 포장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살아보니 인간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일관적이지도 않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상황에 따라 매번 바뀌고, 세상은 모순 투성이더라. 단선적 시각보다는 총체적인 시각이 바람직하고 성급한 일반화보다는 개별적 의견이 낫다. 그.래.서. '김씨는 흔한 성이다'라는 게 나의 개인적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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