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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Jan 09. 2023

[서평]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소설 작가들의 소견 스물 세 조각

출판사 작가정신이 창업 35주년을 기념해 2022년 11월 에세이집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를 출간했다. 현역 작가 23인의 소설에 대한 소견들을 모았다. 손바닥 크기를 조금 넘는 책의 크기가 마음에 들지만 딱딱한 양장본으로 제본된 것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세이 모음에 참여한 23인의 소설가, 작가들을 책표지는 바로 소개하고 있다. 


김사과, 김엄지, 김이설, 박민정, 박솔뫼, 백민석

손보미, 오한기, 임   현, 전성태, 정소현, 정용준

정지돈, 조경란, 천희란, 최수청, 최정나, 최진영

하성란, 한유주, 한은형, 한정현, 함정임




내가 아는 작가가 몇 명 있나 살펴본다. 우선 김사과(작가라는 직함은 편의상 생략합니다)는 소설 <풀이 눕는다>를 통해 알게 된 작가. 사랑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 있었던 젊은 남녀의 연애담을 약간의 몽환적 이미지를 섞어 이야기한다. 박솔뫼는 최근 2년 전 장편소설 <미래 산책 연습>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정지돈은 에세이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에서 오한기를 자신의 절실한 친구라 소개한다. 정지돈은 “(금정연과) 오한기가 없으면 글을 못” 쓸 정도이며, “글이 도통 써지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그(들)에게 전화를 건다.” 정지돈에 따르면, 오한기는 “직장인이고 점심시간에 단편소설 초고를 다 쓴다 - 심지어 밥을 먹고!” 난 그의 이 말을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구나. (혹시 오한기의 점심시간은 일주일이 아닐까…) 본 책의 제목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책 속 오한기의 에세이 제목이다. 왜 그의 에세이 제목이 책을 대표하는 표제로 들어갔을까. 혹시 글을 제일 빨리 쓰는 사람이기 때문 아닐까. 한편, 정지돈의 위 에세이는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세련된 문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의 문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본 책 <소설엔~>이 정지돈의 에세이보다 재밌을까? 개인적으로 정지돈의 에세이는 여타 에세이의 퀄리티(?)를 비교하는 기준이 되었다. 


정용준은 <선릉 산책>을 쓴 작가라 알고 있다. 초록색을 띤 그리 두껍지 않은 200페이지 정도의 소설집으로 기억한다. 서점에서 몇 번 훑어보며 재밌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사보지는 않았다. 그는 최근까지 서점 YES24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채널예스’에 짧은 소설을 정기적으로 기고했다. 잔잔하면서도 긴장감 도는 스토리를 만드는데 능한 작가다. 


하성란은 소설집 <여름의 맛>을 썼다. 2020년 무더운 한여름의 맛이 축축하고 짠맛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색다른 여름의 맛을 느끼고 싶어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소한 일들에서 이야깃거리를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라는 게 개인적 평가다. 


다른 작가들은 아직 초면이지만 본 책 <소설엔 ~>에서 처음 만났으니 서점에서 또 만날 기회를 기대해 본다. (몰론 직접 만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책에서 작가들은 소설 쓰기, 또는 글쓰기에 대한 소회와 의견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김사과는 “글쓰기는 생각보다 일상을 지루하게 만들고, 반대로 생각하면 일상이 지루해질수록 글쓰기에 좋다”고 말한다(p.15). 


정소현은 잉여문학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소설의 유용성을 강조한다. “소설은 내게 감각과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함을, 그러니 그렇게 절망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을 경험한 누군가가 있으며 작가 또한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p. 120)


무엇을 써야 할지 도무지 몰라 괴로워하는 모든 글 쓰는 사람들에게 임현의 메시지는 희망이 될지 모르겠다.

 

역설적으로 무얼 쓸지 결정하는 일은 쓰기의 준비 단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쓰는 과정 중에야 결정된다. 요컨대, 뭐라도 덕지덕지 엉망진창 마구잡이로 써봐야지만 그게 진짜 쓸 만한지 아닌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서는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p. 96)


책  <소설엔~>은 소설 쓰기, 더 나아가 글쓰기를 23인의 작가들이 어떻게 감각하고,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친해지거나 멀어지는지를 소개한다. 23인 작가 각각의 문체를 맛보기 할 수도 있고, 어떤 작가의 글이 읽는이 각자에게 가장 굵직한 인상을 주는지 평가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짧은 에세이들을 모아놓은 책이니 오며 가며 조금씩 맛보면 좋다. 

by Mike Type: 책 표지 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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