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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빅키 Apr 05. 2020

주차장에서 샤넬을 판다?

주차장도 결국 부동산.

모빌리티 시장에서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내는 주차비용이 비싼 이유를 알았네...(오른쪽은 현대자동차의 미래 주차장 컨셉 이미지)

나는 주차장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이지 않는 자산 = 부동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의 특징, 그렇다. 유통이다. 이번에는 주차장을 유통의 관점으로 뜯어보고자 한다.



1, 주차장 서비스가 뭔데?


먼저 국내 주차장 서비스를 전개하는 플레이어를 찾아봤다.

부동의 1위 하이파킹(휴맥스모빌리티 - 좌) , 아이파킹(파킹클라우드 - 가운데), 정통 강호 AJ(AJ네트웍스 - 우)

위에 3개 브랜드는 시설 개발, 운영/관리 등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업을 운영한다.

주차장 시설 개발을 주차장에 도색하는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거 같아(내가 그랬거든..)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본다.


주차장 시설 개발은..굉장히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자동차 인식 기술(3자리 번호판 도입되면서 미친다고 한다..), 무인 결제 기능, 무인 관리 기능(가까이 가면 문 열리는 그거), 주차장 무인 관제 시스템 구축(스타필드 가면 천장에 잔여 주차공간 보여주는 그거), DB관리(여기저기 쓰이는 그거) - 문송한 사람의, 문송한 사람에 의한, 문송한 사람을 위한 설명


이런 기술력으로 구형 주차장을 최신식으로 개발해준다. 여기에 발렛파킹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직접적인 주차장 서비스의 1차 플레이어다.


다음은 연결에 초점을 맞춘 2차 플레이어들.

주차장을 소개해주고 결제하는 수준의 카카오 T주차(좌), 자회사 ADT캡스 주차장에 뇌기능을 맡는 정도의 T맵 주차(우)

카카오 T 주차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파킹스퀘어(파크히어)'를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네비, 버스, 택시, 지하철, 주차 등 앱 서비스를 일원화하지 않고 뭐 하는 건가!!! 지주사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조각조각 보유하고 있다...)


SK T맵 주차는 자회사 ADT캡스 주차장에 SK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솔루션을 결합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운영은 ADT캡스가 맡고 있으며, 안전한 주차장이라는 철학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두 곳은 동일한 노선을 걷는 브랜드로 생각해도 좋을 거 같다. (S : '통신 - 내비게이션 - 주차장' /  : '메신저플랫폼 - 내비게이션 - 주차장') 여기에 자사의 결제, 포인트 등을 한 숟가락 얹는 정도?


*주차장 예약, 연결 서비스는 숙박 커머스 플랫폼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다. 전체 주차 공간에서 일정 공간을 임대하고 이를 다시 고객에게 재임대하는 서비스이다. 1차 플레이어는 객실 청소, 객실 인테리어, 컨시어지 운영까지 담당한다는 정도가 이들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다.



2, 주차장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첫 째,

서울을 기준으로, "서울"주소지로 등록된 자동차의 90% 이상을 수용 가능한 주차 인프라를 갖췄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많은 숫자가 빠져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그런데 서울 주소지로 등록된 자동차라니 정녕 "특별시민"만을 위한 도시인가? 당연히 부족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로, 서울이 감당 가능한 주차공간의 50%는 아파트라고 한다. 1일 서울에 유입하는 경기도인의 차량은 아예 계산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건물주는 더 편하게, 사람 안 쓰고, 돈을 벌고 싶은 것이고 모든 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차할 공간을 찾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한다.


둘째,

주차장을 새로운 Market으로 보는 관점이 생긴다.

최근 전기자동차가 빠르게 증가한다. 전기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충전이다. 아무리 충전이 빠르다고 해도 30분 내에 완충은 어렵다. 그렇다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정차하는 공간이 어디일까? 그렇지! 주차장이다!!! 주차장의 유휴공간에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의 충전까지 가능하다면?? 주차장 서비스 브랜드에서는 이보다 좋은 그림이 없다. 여기에 카쉐어링, 렌트, 세차, 정비까지도 충분히 주차장과 연계 가능한 비즈니스이다.


여기에 이런 상상을 조금 더 해보자.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는 전기로 구동하는 일렉트릭 포터를 출시했다. 미래에는 상업용으로 애용하는 포터도 전기자동차로 대체될 것이다. 기업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무엇인가? "자원이 놀고 있는 꼴"이다.

현대자동차 포터2 일렉트릭 (실제 주행하는 걸 봤을 때 놀라움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포터가 전기라니..)

그럼, 주차장에서 충전하는 동안 화물을 적재할 수 있도록 주차장을 유통망의 중간 스팟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주차하는 차량에 와서 물건을 수령하면 20% 페이백을 해주는 콜서비스를 출시한다면? 키오스크 옆에 혼밥 세트를 파는 자판기가 있다면? 언제든 주차장은 유통망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메인 플레이어들은 앞으로 주차장과 어떤 비즈니스를 연계할까?


주차장&렌터카 노선

1위 주차장 브랜드 하이파킹(휴맥스모빌리티 - 좌), 1위 배달 렌터카 브랜드 카플랫(휴맥스모빌리티 - 우)

얼마 전 휴맥스는 카플랫과 하이파킹을 인수하면서 휴맥스모빌리티라는 별도의 기업을 분사했다.


휴맥스는 사모펀드 스틱과 유상증자를 통해 카플랫에 1,900억의 생명줄을 주고, 카플랫은 1,700억 원을 들여 사모펀드 VIG에게서 하이파킹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VIG는 이번 거래로 3배의 차익을 남겼다. 부럽다.) 그리고, 카플랫은 휴맥스모빌리티로 기업명을 변경했다.


휴맥스모빌리티는 주차장, 렌터카라는 두 기업의 시너지를 위해 주차 - 렌트 - 카쉐어링 - 세차 - 충전이라는 모빌리티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주차장&정비+유통 노선

SK네트웍스는 아이파킹에 투자하고, MOU협약을 맺었다. 오른쪽은 SK네트웍스의 주유 앱 모스트

많은 사람들이 SK주유소가 SK에너지 단독으로 아는데, 실은 SK네트웍스도 일정 부분 보유했었다.


물론 최근 SK네트웍스는 현대오일뱅크에 보유한 모든 주유소를 1조가 넘는 가격에 처분했다. (덕분에 현대오일뱅크는 시장점유율 2위로 상승) 또한, 자사의 렌터카 사업부문을 AJ렌터카에 매각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남아있는 건 스피드메이트뿐이다. 그런 SK네트웍스와 아이파킹의 콜라보레이션이라면 주차하는 동안에 차량관리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추가로 SK네트웍스의 MOST는 지금은 SK주유소 서비스 브랜드이지만 빠르게 기존 혜택을 중단하고 있다. 또한, MOST는 향후 주유소에 대해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하는 각종 편의 서비스와 유통을 제공하는 Mobility Station으로 정의했다. 점차 모스트는 스피드메이트를 위한 앱으로 바뀌지 않을까 예상한다.


주차장&렌터카 노선

AJ는 차량판매, 주차장, 렌터카, 기계식 주차장, 주차장 솔루션, 오토바이 렌트, 카쉐어링 등을 전개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SK네트웍스는 렌터카 부문을 AJ에 매각했다. AJ파크 주차장은 실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 같다.


주차장에서 카쉐어링도 하고, 심지어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상상도 가능하겠다. AJ파크 주차장 간 연동하여 쇼룸까지 방문하기 힘든 고객을 위해서 구매 희망자의 회사 지하주차장에 딜러가 차량을 갖다 놓는 그림. 점심시간에 내려가서 구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차장 운영/관리를 넘어 기계식 주차장 설비까지 하는 기업이니까 노하우는 익히 뛰어날 것이다.



끝으로,


렌터카, 차량 판매, 차량 정비, 카쉐어링이 아니라도 주차장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할 거 같다. 오픈 플랫폼으로 빠르게 자리 잡는 브랜드가 유리하다고 본다. 결국 부동산이다.


압구정 갤러리아 주차장에 샤넬백 자판기가 있다고 상상하면, 정말 바쁜 사람은 매장까지 방문하지 않고 구매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회사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서 냉장 보관소를 열고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우니와 연어장을 픽업하여, 내 차를 타고 퇴근하는 것도 어려운 상상은 아니다. (아니면, 보관소에서 찾아가면 10% 할인 금액으로 구매 가능! 기사님은 사무실까지 안 올라가도 되니까 그만큼 기업에서는 이득! 소화 가능한 물량 증가! 이익 증가! 효율성 개선! 나는 저렴하게 사니까 우리 모두 윈윈 77ㅑ~~~~~)


결국 주차장 서비스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할 것이냐가 관건이겠다. 그게 모빌리티 서비스가 되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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