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작심사일은 정이와 반이가 한 개 주제를 사일 동안 도전하고 그 사일 동안의 기록을 담는 뉴스레터 콘텐츠입니다. 구독 가능한 링크는 콘텐츠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다섯글자, 고마워요라는 네 글자. 자주 말하는 것 같지만 잘 잊어버리기도 하는 말입니다. 익숙해지면 그게 당연하다 여기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이번 4일은 늦기 전에 고맙다고 말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감사하다고 쌀이 나오나? 바뀌는 게 있나 싶겠지만 최근 읽었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는데요. 누구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고 해서 내 빚이 청산되거나 통장잔고가 채워지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인맥만은 단단히 다져준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인맥 다 쓸데없음. 나만 행복하면 됐지. 혹여나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까 봐 위의 책을 좀 더 인용하자면 <바른 마음>이란 책에선 행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행복은 사이에서 찾아오는 것이다. 나 자신과 타인, 나 자신과 나의 일, 나 자신과 나보다 더 거대한 무엇, 이 둘 사이에 올바른 관계가 맺어져야 행복은 비로소 찾아온다.
그럼 이제 4일간의 감사 인사 시작해 볼게요
4일간 감사 인사
1. 직장 동료
2. 은사님들
3. 가족
4. 구독자님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다. 사회생활 7년 차, 이곳저곳 여러 회사를 다녀보니 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지나고 보니 사람만큼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도 힘들게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맨 마지막 다녔던 직장은 앞서 다녔던 모든 직장 중 가장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같이 일하던 동료 분들이 좋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삶의 경계가 없어서 지속하기 어려웠고 지난주 목요일, 마지막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퇴사 날에는 직접 만든 그릭 요거트를 유리병에 담아 선물해드렸는데요. 늦기 전에 좋아하는 동료 분들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떠나는 마당에 무슨 욕심이냐 싶어 내내 고민했지만 결국 마음 가는 대로 했고 덕분에 후회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열 배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 잊지 말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이다음에 보게 될 땐 모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작게나마 기도해보았습니다.
퇴사한 다음날엔 바로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제주에는 정이가 좋아하는 은사님들이 계시거든요. 서귀포 이중섭 거리에서 인문학 서점을 하시는 사장님, 국토 최남단이라는 마라도 위에 위치한 작은 섬 가파도에서 색공 방을 하시는 이모님. 모두 제 은사님들입니다.
올여름 서울에서 정신없이 일할 때, 제주에서는 종종 안부 인사가 날아들었는데요. 사장님은 책과 음악으로, 이모님은 가파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풍경으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감사한 만큼 죄송한 마음도 컸던 게 문자가 와도 답장을 길게 못하고, 언젠가 가겠다는 말만 맥없이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주에 있는 동안은 거의 내내 은사님들을 만났어요. 이모님이 만든 천연 염색 옷을 입고 매일 같이 서점에 간다거나 하루 내내 책을 읽고 맛있는 밥을 함께 먹는 일. 저녁에 술 한잔 기울이며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는 일. 틈틈이 써온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일. 이 모든 일들이 제게는 행복이자 고마움의 표현이었습니다.
혹시 생업에 치여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놓치고 있다면 구독자님도 한 번쯤 시간을 내보시는 게 어떠실까요? 다가오는 연휴를 틈타서 말이죠:)
엄마, 아빠, 오빠. 세상에 단 세명뿐인 가족들에게는 전화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이제 연휴라서 곧 보겠지만 그전에도 틈틈이 전화를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지나고 나면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일이 바빠서, 혹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동안 가족들에게 소홀했다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오늘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아주 사소한 물음으로 대화를 이어가 보는 게 어떨까요? 신기한 게 그러다 보면 어느새 30분이 가고 한 시간이 가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고맙네. 참 일찍도 물어봐줘서
뭐가 고마워. 밥 먹었냐는 건데?
고맙지. 딸이 전화도 하고. 맨날 바쁘다고 전화도 않더구먼..
마지막으로는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님께 고마움을 표현해보고자 합니다.
정이와 반이가 매주 작심사일을 이어갈 수 있는 건 모두 열심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침 달리기 하기, 매일 샐러드 먹기, 만원으로 4일 살기 등 저희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 주시는 작심사일 주제들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마음을 다잡고 도전해보려고요.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4일 챌린지가 될 수 있게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종합 꿀팁
4일간 감사 인사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땐 정성 담은 선물로 대체해보자.
때론 오늘 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가장 큰 고마움의 표현일 수 있다.
밥 먹었냐는 안부 전화가 고마움의 표현이 될 수 있다.
고마운 건 기회가 될 때마다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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