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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기리니 Apr 05. 2023

나는 왜 이럴까?

온전한 나,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결혼 후 1년 즈음 됐을 때  남편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친정엄마의 투병생활이 끝나갈 무렵었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아이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난 무엇보다 우리의 아이가 갖고 싶었다. 앞으로도 우리에게 아이 계획이 없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내 생체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임신과 출산을 하고 싶었다. 내 체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임신 전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을 키울 생각은 미처 하지 않았다.)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정된 이후에 아이를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에서야 남편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당시 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우리가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가정 경제는 2-3년 뒤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몸 상태, 여러 가지 감정을 헤아려주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는 잘 대화하다가도 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팽팽한 평행선을 달렸다. 결론 없이 끝나는 갈등을 몇 번 더 반복한 뒤에야 남편은 나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었다.





감사하게 바로 첫아이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연달 둘째 아이까지 만나게 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에 두 명의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었을 당시 나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바로 ‘좋은 엄마’가 되는 것. 세상의 보통 엄마들이 그렇듯 나도 아이에게 제일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 해가 되는 것, 나쁜 것들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아이를 둘러싼 모든 것을 무해한 것들로 채우고 싶었다.


아이가 우리 곁에 오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


때로는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과정들을 상쇄할 만큼 아이는 너무도 큰 세계였다. 아이에게 엄마는 우주와 같다고 하지만 나에게 아이는 또 다른 세계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표현도 잘 못하고 평소 리액션이 적은 편인데 아이가 태어나고 리액션 부자가 되었다. 아이가 옹알이를 할 때, 뒤집기를 하게 됐을 때, 기고 서고 마침내 걷게 되었을 때... 매 순간, 가슴이 터질 만큼 감동스러웠다. 어디든지 가서 막 큰소리로 자랑하고 싶었다.


남 일에는 무신경한 내가 뛰어난 내 아이 관찰자가 되었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신경 쓰고 하루 종일 어디에서든 아이만 생각했다.




처음 그 낯선 세계를 맞이했을 때는 경이로웠고, 신비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쌓여 익숙해지니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해졌다. 책임감이라는 무게로 하루의 톱니바퀴를 매일 굴려댔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라는 사람은 어느덧 나를 둘러싼 현실과 해야만 하는 것들에 우선순위가 밀렸다.  



내가 없으니 매 순간 무너졌다.



환경에 따라 감정에 따라 남편과 아이들을 대했다.


좋은 엄마,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오롯이 ‘나’이지도, ‘엄마’로서 충실하지도 못한 나 사이에서 

이것도 저것도 되지 못한 나는 자주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들 그렇게 사는데... 나만 유별난가.'

'워킹맘도, 아이 셋인 엄마들도 있는데 배부른 소리인가.' 


라며 애써 무시했지만... 내 마음속에선 외치고 있었다.


나를 찾고 싶다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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