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마감을 지키지 않는 나의 친애하는 작가님들
옛 회사 동료들과 오랜만에 모였다가, 우리 셋은 잘 맞으니 함께 무언가를 해 보자 했었다. 늘 뭔가를 기획하고 제작하던 사람들이니 그 재능을 모으면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지 않겠니, 하다가 우선 함께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다음 날 내가 블로그를 만들었고, 각각 월 수 금요일에 뭐든 쓰는 것으로 정했고 늦으면 벌금을 1만 원 낸다는 룰도 만들었다.
친구들과 쓰는 글이 쌓이고, 나는 이들에게 번번이 반했다. 너무 솔직해서, 알던 모습보다 더 깨끗해서, 잊고 싶은 사건도 용기 있게 꺼내서. 그들의 글을 자꾸 기다리느라 한 주가 빨리 지나가는 게 기뻤다.
마감이 있으니까 다시 글을 정기적으로 쓰게 된 것도 뿌듯했고. 나의 이직 성공기나 메일 쓰기 필살기 같은 걸 공개했더니 검색어 유입도 꽤 많아서 씨앗을 잘 뿌린 기분이었는데. 두 친구의 글을 이토록 기다리는 내 맘을 몰라주고, 월요일 금요일에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대체로 새 글이, 왜인지 없다. 이 모임에서 잔소리를 담당하게 된 나.
“왜 안 쓰니? 한 줄이라도 꼭 써 줘. “
부탁하고 달래고 애원하는 역할을 했다. 계속 써야 생각이 녹슬지 않는다, 한 주에 하나씩 생각을 붙잡아 두자, 글이 쌓이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법을 내가 알아올게, 우리는 분명 빛나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희망찬 미래도 제시해 보고. 이번에는 꼭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칭찬도 해 주고, 나는 늘 수요일 퇴근길에 후루룩 쓰니까 너희도 그 정도 시간을 내는 건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는 지적도 했다. 그랬더니, ‘그건 네가 잘 쓰기 때문‘이라며, 여태 쓰는 것도 모두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다지 글과 친한 적 없던 친구들을 끌고 가는 게 고문일까, 싶었다. 몇 번이나 물었다.
“얘들아,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나 다른 친구랑 할게. “
셋이 한 자리에 모여 우연히 모두의 MBTI가 같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는 사실 예상했다. 이런 우리라면, ‘꾸준함’으로 승부를 보기는 어렵다는 걸. 모두 즉흥적이고, 전부 텐션이 높고 훅 불이 붙고 또 쉬이 꺼지기 마련인 인생을 유사하게 살아왔다는 걸 알았다. 나 또한 대부분의 모임에서 누군가가 멱살을 잡는 듯이 강하게 끌고 가지 않으면 쉽게 싫증을 내는 역할을 맡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셋이 모이니 그 안에서 또 누군가는 타임라인을 계획적으로 헤아리고 있다.
오늘도 어제 ‘월요일의 글쓴이’가 또 지각을 했기에, 이 프로젝트를 접어 말아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잠시 잊었을 뿐이라고 쓸 거리가 생겼다고 말하는 친구를 다시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성실한 러닝메이트가 있을 때보다 더 리더십과 책임감을 갖게 하는 이상한 프로젝트. 편집자처럼 글을 재촉하게 되는, 새 글 알림에 안심하게 하는 친구들에게 또 잔소리를 해야겠다.
사랑하는 친구들아, 우리 함께 글을 쓰자.
우리 한 번쯤 꾸준하게 무언가를 쌓아 보는 경험을 해 보자. 셋이서, 함께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