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잘 쓰고 싶은 이유에 관하여
남은 세 개의 역에 정차할 때마다 감정이 고조되더니 내릴 역을 하나 앞두고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쩜 이렇게 온몸으로 다정하고 귀한 사람들을 만났지? 당장 이 감정을 메신저로 들려 주려다가 그냥 두었다. 꼭꼭 누르지 못하고 점심시간에 마주 앉은 4인용 테이블에서 터지는 웃음들 사이로 흘려보내기는 했다. 틈틈이 손에 닿는 동료의 손을 꼭 쥐거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치면 꼬옥 안아 보곤 하는데, 너희를 생각하다가 눈물이 났다는 말에는 온기가 없는 모양이었다. 지난 주말에 건넨 것은 사과맛 방울토마토 기프티콘이었다. 당장, 이렇게 맛있는 걸 함께 먹고 싶어서 서둘러 선물하기 버튼을 눌렀었다.
기획은 어떻게 하는지, A컷을 고르는 날카로운 안목의 정체는 무엇인지, 디렉터로서 갖추어야 할 미덕은 무엇인지 떠들고 싶었다.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스태프들의 힘을 북돋으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쭈뼛거리지 않고 분위기를 휘어잡는다거나 시간을 잘 분배하는 노하우를 나보다 뒤에 올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몇 번이나 시도했다. ‘직업에 관한 글쓰기 모임’도 만들었다. 그런데, 내가 쓰는 것은 결국 고마움, 애틋함, 새로 발견한 사랑스러움에 관한 것뿐이었다. 이런 글들이 쓸모가 있어요? 나는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었다. 자꾸 이런 것만 쓰게 되어서 전 어쩌죠?
감정을 꽉꽉 담긴 에세이의 링크를 보내기도 한다. 어느 날, 카페에 있다가 밀려 나온 마음들을 하나 가득 쏟아버릴 때마다 글이 펄펄 끓는다. 네가 정말 좋아, 라는 말은 해도 해도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아서, 남김없이 들려주고 싶어서 나는 자꾸 쓴다. 최근에는 띠동갑쯤 되는 후배들이 줄줄이 너무너무 예뻐서, 예전에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해맑음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는지 알려 주려고 썼다. 하나도 팔리지 못할 글을 쓰느라고 저녁 시간을 다 버릴 게 분명하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정확하게 내 마음을 들려주는 일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