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엘라 +플론나누아
엘리는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총알의 뱃구레를 쓰담어 주었다.
개는 엘리를 힐끗 쳐다보고, 꿍얼꿍얼하면서 꼬리를 탁탁 쳤다.
그러다가 한숨을 푹 쉬며 다시 눈을 감곤 했다.
엘리는 녀석 곁에 잠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멋진 열두 살> 신시아 라일런트
엘라 리틀 아담스 피크까지 한 시간 정도면 올랐다.
정상에서 늦은 점심을 강아지와 나누어 먹었다.
사모사를 나누어 먹을 동안 강아지는 제법 다정했다.
그런데 사진 찍자니까 드러눕는다.
나 참, 몇 번을 불렀는데 눈도 안 뜬다. 불러도 쳐다도 안 보는 강아지.
나에게 이런 배신은 처음이 아니다.
산에서 길동무가 되어주던 강아지가 간식이 떨어지자 사라지곤 했으니까.
그리스 메테오라에서 그러했고, 필리핀 바나우에에서도 그러했고, 프랑스 님에서는 고양이가 그랬다.
플론나루와 박물관 입구에서 나는 단호히 말했다.
"경찰을 부를 거예요."
"경찰?"
푸하하하 뚱보 아주머니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경찰 불러요. 저기 뒤에 앉아 있네요."
뒤돌아보니 정말 경찰이 앉아 있었다.
'뭐지... 어떻게 된 일이지?'
유적지 입장료는 3750루피.
난 5000루피를 내고 거스름 돈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1000루피를 더 내란다.
뻔하다. 관광객들에게 하는 수법이다.
이런 일은 겪을 만큼 겪었다.
이탈리아 기차역과 환전소에서. 필리핀 식당마다.
또 이집트 택시, 네팔 버스, 베트남, 요르단 등에서 이미 경험한 일이었다.
난 상기된 얼굴로 바로 경찰을 외쳤다.
곧, 내 착각인 걸 깨달았지만.
아주머니는 1000페소를 더 내면 2250페소로 거슬러 주겠다는 것이었다.
1000페소가 없었기 때문에.
아주머니는 경찰에게 돈을 빌려 나머지 돈을 내주었다.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인도를 여행한 적이 있어서 그래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