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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묘 Oct 20. 2022

다방이 그리워요.

스리랑카 히카두아 + 미리사

우리 사이의 애정은 말로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남겨졌죠.
<잉글리시 페이션트> 마이클 온다치

목에 내 이름을 새긴 러시아 바이크 맨 + 숙소 조식

"한국 사람이 이곳에 묵고 있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못 만날까 봐 아침 먹는 시간에 왔어요. 차 마실 때 잠깐 여기 앉아도 될까요?"

히카두와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물론이죠, OK."

그는 내가 앉은 테이블로 커피를 들고 와 앉았다.

"다방이 그리워요." 

그는 청년 시절 한국에서 일했다고 한다. 

"네? 다방이 없다고요? 그럼 커피를 안 마셔요?"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삼계탕을 좋아했어요. 음식이 다 맛있었어요."

그 말에 동감한다. 

적도의 나라 스리랑카 음식이 은근 한국 음식과 비슷했다. 내 입맛에도 잘 맞았다.

그는 끝도 없이 한국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옛 여자 친구를 그리워했다. 

"스리랑카로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어요. 서로 정말 좋아했는데요."

나는 궁금한 걸 물었다.

"한국에서 사장님이 힘들게 하지 않았나요?"

"아니에요. 정말 좋았어요."

그는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 돈으로 집과 차를 장만했는걸요."

뉴스에 나오는 것과는 달리, 그는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보러 왔겠지.

"지금은 가이드로 일하고 있어요. 여기 숙소에 머무는 사람들과 저녁에 콜롬보에 가야 해요."

나도 거북이 보호소에 가야 했다. 

그는 아쉬워했다.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지만 그날 오전 이후로 만나지 못했다.


Green  Turtle

스리랑카도 쓰나미 피해가 컸다. 

그때 거북이 보호 시설이 다 파괴되었다고 한다. 

가이드 할아버지는 지원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외국 단체들의 도움과 기부로 시설이 복구, 운영되고 있다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거둔 거북이 알을 시설에서 돈을 주고 산다. 

시장에 팔지 않는 대신이다. 

보호소 알 부화장 모래 속에서 두 달. 부화된 지 하루 된 새끼 거북이는 손바닥만 했다. 

거북이는 쑥쑥 자라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이 시설에 머무는 큰 거북은 몸이 불편하다. 

시설은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입장료가 기부가 된다.


미리사 해변
웰리가마 서핑

미리사 해변에 앉았다. 서핑하기엔 파도가 너무 높았다. 

대신 선베드에 누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파도 소리, 물보라, 눈부신 태양 그리고 산뜻한 바람을 느꼈다. 

무얼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미리사에서 만난 웃는 고래

나름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고래 씨! 

얼굴이 앞으로 납작하고 등에 동글동글 반점이 있었다. 


오전 내내 콜롬보 시내를 돌아보았다. 홍차도 샀다. 쉬지 않고 걸었다. 

숙소로 돌아와 체크 아웃 후 짐 정리를 한 시간. 

에어컨이 안돼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공항에서 쉬려고 네 시간 전에 출발했다. 

187번 공항버스는 20킬로도 안 되는 속도로 기어갔다. 

손님을 태우려고 정류장에서 오래 기다렸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길 가에 수시로 섰다. 

기사 바로 뒤에 앉아 빨리 가달라고 애원했다. 

내려서 택시로 갈아탈까 고민도 했고.

이렇게 공항 근처에 도착한 시간은 15:15.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세 시간에 걸쳐 이동하다니. 

버스 안에서 가혹한 태양을 견뎌야 했고. 

땀은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또 얼마나 불안했는지. 

그런데 버스 터미널과 공항이 멀었다. 

땡볕에 또 걸었다. 시간에 쫓겨 묻고 뛰고 헤매고.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공항 입구에 15:30 도착. 

비행기 출발 1시간 전이었다. 

서둘러 보딩 하고 몸 검사를 세 번 이상 한 후 출국장에 들어선 게 15:50. 

남은 돈 환전을 위해 하나 있는 BOC에 갔더니 수수료가 6불이었다. 

로터스 라운지에 들어가 10분이라도 먹자 했지만 거절당했다. 

파이널 콜이라며. 

맛있었던 음식
갈레 포트
갈레
갈레 고양이 +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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