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만달레이 + 바간
그 나그네는 피곤해 보였고,
물쥐는 그 쥐에게 아무런 말도 묻지 않고 쉬도록 해주었다.
그 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지친 근육이 늘어지고,
마음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때,
조용히 대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케네스 그레이엄
만달레이에서 AM 5:30 출발하는 슬로 보트를 탔다.
도착 예정 시간은 PM 9:00.
에야와디 강을 따라 내려가는 장장 15시간의 긴 뱃길이었다.
외국인들에게는 15$을 받았다.
배에 오르자 외국인들을 위한 1등석 플라스틱 의자가 전망 좋은 자리에 있었다.
현지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앉거나 누워 있어 마음이 불편했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숲에는 어김없이 불탑이 눈에 띄었고.
햇빛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강의 폭이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강변이 바로 나루터였다.
근처에 마을이 있으리라.
배에 사다리가 놓이자 마을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을 다정하게 맞았다.
내리는 사람들의 짐은 허름한 플라스틱 바구니와 저렴한 생필품들이었다.
혹은 나뭇가지를 한가득 지고 내리기도 했다.
그 모습이 정겨워 나루터를 떠나는 게 아쉬웠고 다음 마을을 기다렸다.
배 안은 사람과 짐 그리고 닭, 오리, 염소 같은 동물들로 빼곡했다.
오후가 되자 점점 공간이 생겨났다.
한 외국 아저씨가 바닥에 세워져 있던 내 가방을 재빨리 들어 올렸다.
그 밑으로 커다란 바퀴벌레가 지나갔다.
바퀴벌레는 크기 때문인지 날씨 때문인지 느긋했다.
갑판이 가득 차 있을 때에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이 나무배에는 바퀴벌레가 많았다.
늦게 알아서 다행이다 오히려. 미리 알았더라면 내내 불편했을 터이니.
배 위에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나?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다가 그만두었다.
책만 펴면 콧물이 줄줄 났다.
그 후 톨스토이는 안녕. 남들은 다 명작이라는 데. 거들떠도 안 본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책 주인 존이 다른 책도 보여주었다.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가 좀 낫지 싶지만. 아, 두께는 어쩌라고.
나는 어린이 책을 좋아한다.
존이 책을 하나 떠올리며 제목을 물었다.
네 마리의 동물 이야기다. 두더지, 쥐, 두꺼비, 오소리가 나온다.
물론 나는 쥐밖에 못 알아들었다.
강 마을에 산단다. 엇...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우리가 통하는 것도 있구나.
여하튼 존과 조금 친해졌다.
오후 여덟 시 즈음 배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깜깜했다. 이제부터 걱정이었다. 다른 여행자들은 모두 낭우로 간다.
나만 낭우를 지나 뉴 바간까지 가야 했다.
혼자 픽업트럭을 타야 하나? 가격이 높을 텐데.
밤에 혼자 트럭을 탄다는 게 꺼려졌다. 정 안되면 낭우에 숙소를 구해야 하나?
깜깜한 선착장에서 뉴 바간까지 어찌 가나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숙소를 구하지 못한 존이 있었다.
내가 머물기로 한 호스텔에 빈 침대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존이 함께 가기로 한다.
마음이 놓였다. 돈도 아끼고. 밤에 혼자 이동하는 건 조마조마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