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낙서
얼어붙은 횡단보도 위 잔뜩 짓이겨진 흉한 자욱이 드러 누웠다.
터져나간 내장과 핏덩어리는 운 나쁘게도 그 날 아침 당번이었을 누군가의 비질에 쓸려 나가고
한 때 깃털이었을 잿빛 잔해만 애처로이 놓였다.
언젠가 나 였던 것의 형체를 마주한 적이 있다.
흉한 지옥이 두드리고 짓밟아 넘어간 뒤
생명의 기운이라곤 느낄 수 없는 몰골로 눌어붙은 잿빛 잔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며
'나'는 애통해 하기도, 한때 싱그러웠을 생동의 본체를 추모하기도 했다.
이제는, 훗날 '나'였던 것의 형체 위로 무감한 비질을 하게 될 운 나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