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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Nov 06. 2024

[e] 영원보다 사랑이먼저였고 사랑보다 우리가전부였다.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하나는 특별하고 우리는 온전했다. 


사랑해. 

난 네 앞에서 가장 순수했고, 자주 뜨거웠고, 너무 들떴고, 많이 무너졌어. 

사막에 핀 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쏟아부어서라도 너를 피워내고 싶었고, 

네가 날아갈까 앞에선 숨을 멈추는 것 따위 일도 아니었다고.  「 당신이 빛이라면. 백가희  」




https// : 하나는 특별하고, 우리는 온전했다com


영원이라는 말보다. 우리라는 단어를 사랑한다. 

영원은 이루지 않으면 퇴색되는 것 같지만 우리는 함께 하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필요 없음을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살아있다는 전율. "우리" 하나로 모든 것을 잃어도 좋다.라고 느껴지는 온전함. 


우리가 하는 것이 사랑인가?! 우리는 영원할 수 있는가?! 의심이 짙게 물든 의문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순간. 우리로서 존재하고 있는가?! 사랑보다 더 확실한 삶의 목적이 있는가?!

달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는 질문. 끝내 달에 다다르지 못해도 평생 우주 속을 항해하는 질문. 


뭐가 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끝났어. 


헤어져도 친구로 남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단 하나뿐이었다. 내가 도망쳤다. 


만남. 사랑. 이별과 슬픔에 대한 일방적인 질문과 결론. 

사랑의 끝을 보고 기억한다면 과정으로 남겨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떠올리는 것. 홀린 듯이 기억하는 건. 슬픈 사건뿐이고 

남겨지는 것. 숨죽이며 느껴지는 건. 너와 나 서로의 눈동자 속에 담긴 우리뿐인데. 






우리는 결국 이별했지만 제가 선택한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게 이별이에요. 그래서 후회 안 해요. 

이별도 사랑의 일부분이라면 이별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거겠죠. 사랑을 했는데 반쪽만 가질 있는 아니잖아요. 장미를 사랑하려면 가시의 아픔까지 사랑해야 하듯이요. 이별이 아프다고 해도 괜찮아요. 이뻐야만 사랑인가요. 슬픈 모습까지 이뻐야 사랑이지. 



사람이 눈동자 속에 가득 차는 순간부터는 나한테 현실은 그저 사랑이었어요. 사람이 나를 온전히 흔들어 놨어요. 전율들이 내가 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끼게 해 주었고요. 살면서 처음 느껴 봤어요.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온전함을 느낄 있었어요. 함께라는 이유만으로요.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로서 살았던 거예요. 난 그런 사랑을 했던 거예요. 


저 달빛 속에 멈춰진 시간. 모든 시작은 끝이기도 해.

늘 마지막인 듯이 기도해. 끝없는 어둠 속에 달리는 내 마음.

모든 시작은 끝이기도 해. 내겐 더 큰 뜻이 필요해   「  Ignition - Epik High  」


평생 이런 사랑을 어떻게 해보겠어요?! 

우리는 이별을 한 게 아니라 우리를 경험한 거예요. 



누군가는 이별을 추억이라고 하던데. 

저에게 이별은 과거의 떠올릴 때마다 기억에 남겨지는 추억 아니에요. 

영원한 현재에서도 느낄 수 있는 사랑이에요. 그 시절도. 우리도. 


그 시절 우리 덕분에 

오늘도, 파랗게 미소 짓고 살아요.


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오는 일이며,

그제야 비로소 그곳을 진정으로 알게 될 것이다. 「 Four Quartetes. T.S.엘리엇  」






*경이 {<驚異, wonders, 미프라아 >: 상상할 수 없는 우주 만물의 놀라움과 신비로운 현상. 기적.


그녀가 원했던 것은 사랑보다 우리로서. 그저 함께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경이"였다. 그것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 없었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우리로서 충분했기에 온전했다. 항상. 


그랬다. 그녀는 ”그래서" 사랑을 시작한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 것이다 

그저 영원을 꿈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오늘.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한 현재. 우리로서 존재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사랑과 이별을 동시에 사랑했다. 그것은 눈부시도록 해맑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를 비단 같은 마음속에 고이 넣어 영원. 함 속에 담아 둘 수 있었다.  

하나는 특별하고 우리는 <함께 할 때는> 온전했다. 항상. 


누구에게나 가장 짙게 남는 사람은 있다. 

사랑하기 시작한 즈음의 마음과, 사랑을 끝내야만 했던 과거의 마음과, 

사랑을 끝냈다고 생각한 현재의 마음이 정말 야속하게도 같을 때. 우리는 그걸 첫사랑이라고 한다



그랬다. 그녀에게 

영원보다 사랑이 먼저였고, 사랑보다 우리가 전부였다.  





https// :  또 다른 우리가 시작되었다com


네가 없는 나는 우리가 아니었다. 

당신이 손을 내밀어 주고 내가 그 손을 잡았을 때 우리가 시작되었다. 


겨울바람이 부네. 그거 알아. 겨울바람에 우리는 남겨두었어. 

넌 이제 겨울바람이 불 때마다 날 기억하게 될 거야. 

우리. 겨울 바다 보러 가자. 

바다는 너무 멀리 있어. 우리 당장 구름 보러 가자. 


한 달 후, 겨울. 봄. 여름. 가을. 사계절이 지나 

일 년 후, 겨울이 우리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바다로 향했고 모래사장에 새겨진 발자국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구름. 동물원. 수족관 모텔. 조개껍질. 모텔키 705호. 형형색색의 추억들이 하늘 높게 올라 가득히 아름다운 수를 놓기 시작한다. 



하늘 끝자락에 다다른 마음들은 하나씩 굉장한 굉음을 내면서 터졌다. 얼마나 거대한 마음이었던지 터질 때마다 파편의 진동이 우리가 있는 곳까지 와닿았다. 하나의 마음이 터지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닿아 떨리는 전율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맨 처음 불꽃이 터지는 것을 지켜볼 때 너무나 아름다운 놀라움에 우리도 모르게 환희의 감탄사가 우와! 우와! 하면서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그다음 불꽃을 마주했을 때는 경탄을 자아내는 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불꽃이 향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매 순간 전율을 일으키는 감격을 참지 못할 때마다. 

저것 봐. 경이롭지 않아?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를 너도 보고 있어? 

모두 우리를 위한 거야. 모두 우리가 만든 순간이야. 느끼고 있어?! 

우리가 아닌 사람들은 못 보는 거야. 맘껏 배불리 음미하자_라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감정은 마치 슬픔의 바닥에서 사랑의 달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였다. 그것은 마치 단 몇 분 만에 우리를 경험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황홀한 절경을 바라보는 찰나. 순간순간마다 슬픔과 미소는 교차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건. 

시간을 고이 담아 달을 향해 쏘아 올린 것이 아닐까?! 


내가 달을 사랑하는 이유는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밤의 빛이니까.  「 THIS IS US 」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매일 모습이 달라지지만 세상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같은 달을 볼 테니까.


어느 순간 우리에게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을 만큼 했다. 

우리는 그저 눈앞에 펼쳐진 시간의 절경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너와 나의 눈 속에는 우리가 그렁그렁 맺혀져 있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의 마지막 축제는 그렇게 끝났고 그렇게도 겨울이 끝났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Goodbye.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이렇게 힘들었을까.

손에 꼭 쥐었던 너와의 Goodbye.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나.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Goodbye.

함께 했던 모든 날이 좋았어.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제 Goodbye  Goodbye. 박효신. 」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달 후, 일 년 후. 

또 다른 겨울이 시작되었다.



                                               이별하며 사는 게    아프니?

                                               사랑없이 사는 게 더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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