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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y 14. 2024

[e] 그 시절 우리가 있었다.® #3

■ #03. "우리"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03. "우리"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어느 날 여행 계획을 맨날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놈에게 말했더니 어느새 "둘"이 아닌 "셋"이 되어버렸다. 하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놈은 맨날 미친 짓을 하는 놈이었고 난 가끔 미친 짓을 하는 놈이었는데 그래서 항상 "우리" 였으니까 말이다. "우리"라는 이름 안에 포함되어 있는 또 다른 한 친구는 사랑스러운 두 아이의 아빠 아름다운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랑스러운 두 아이들이 아빠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순간들에 머물러있기에 이번에는 함께 할 수 없었다.      


거두절미하고 이 미친놈에 대해 말하자면. 난 사람을 잘 믿지 못하였다. 아니 심지어 나조차도 믿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적 나는 기댈 사람이 없어 기대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그렇기에 기대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다. 또한 새로운 사람과 친해져서 서로에 대해 알아 갈 때 내가 그들과 다르다고 느껴지는 게. 혹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나서 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두려웠다. 그 무엇보다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또 나 홀로 남겨진다는 그 사실"이 참 슬펐다.     


그래서 나에게 친구들이란 오랜 시간을 더해 굳이 나란 사람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어 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녀석이 맘에 들었다. 어이없을 만큼 뻔뻔하고 이기적이고 철없는 그런 아이 같은 모습이 좋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녀석과 함께 하는 동안은 형식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됐었고 어떠한 말을 하려 굳이 하려 설명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듯 편안하기만 했다. 또한 내 불안과 모든 걱정을 잊게 해 주고 아무 이유 없이 만들어 버리는 것이 마치 내가 어린아이가 된 거 같이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랬다. 녀석은 자연스러워지는 시간의 차이를 뛰어넘어 내 공간에 쳐들어왔다. 


난 단 한 번도 친구를 선택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내 곁에 머문 것 중 가장 좋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녀석을 만난 이후로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사람이 두렵지 않았고 내가 이끌리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PS_ 그리고 늘. 언제나. "우리"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하고만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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