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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테러가 일어난 날, 나는 거기에 있었다

2005년 7월 7일 8시 50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by designer MYO

2005년 7월 7일 8시 50분.

런던에서 테러가 일어난 그날, 나는 런던에 있었다.


아침부터 날이 잔뜩 흐렸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어학원에 가기 위해 준비를 마친 채

신발까지 신고 현관문 앞에 섰는데,

왠지 모르게 문을 열고 나가기가 너무 싫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신을 벗고

다시 집 안에 들어 왔더랬다.


늦잠을 잔 것도 아닌데

다 준비를 하고도 나가지 않은 건,

이전에도, 이후에도 단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이상하게 허기가 져서

평소엔 먹지도 않던 아침을 차려

소파에 앉아 TV를 켰는데_


런던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지하철 3곳과 이층버스 1대에서

4명의 영국 태생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배낭에 폭발물을 소지한 채 자폭했던 거다.


2층 버스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면,

내가 탔을 수도 있었던 버스였다.


타국도 아닌 영국에서 나고 자란 테러범들,

알고 보니 주변에서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던 폭탄,

이어진 2차 테러.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 4편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사실.


지금도 웬만하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버스와 지하철을 불편해 하는 진짜 이유.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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