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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어요 (맺음)

지구별 홀로서기 [07]

by 에디


고통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더 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어느덧 을사년 25년의 해가 밝았습니다. 묵은 과거가 벗져지고 새살이 돋듯 새 희망이 보이는 해가 돼 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간 있었던 일을 말씀드려보자면, 작년 12월 전세금 반환 소송 "최종 변론 기일'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원래는 11월 1번으로 끝나야 했을 최종 변론 기일이 집주인 2명 중 한 명이 참석하지 않아 12월로 미뤄져 12월로 최종 변론 기일을 총 2번을 가지게 되었어요. (피고 측 입장에선 최대한 판결을 미루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종종 이렇게 불참하여 2번의 변론 기일을 만든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12월 최종 변론 기일에 다시금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방문을 하였고,

오전에 원고 피고 최종 변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판사 : "원고 00은 해당 건물에 임대차 계약을 00년 00월에 하셨고, 만기가 25년 0월 0일이 맞나요?"


원고(나) : "네 맞습니다."


판사 : "피고는 현재 원고에게 보증금 반환을 지불을 할 능력이 안 되는 건가요? 아니면 돈을 마련할 기간이 더 필요 한건가요?"


피고(집주인들) : "현재 저희도 사기를 당해 돈을 당장 반환하기 힘듭니다. 조금만 기간을 주시면... 저희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판사 : "그럼 정확이 언제 즘이면 반환이 가능한 겁니까?"


피고: "그건.. 정확히는 모릅니다. 최선을 다해 해결하겠습니다."


판사 : "아니, 돈을 줘야 할 사람이 언제 줄질 모른다 하면, 돈을 받아야 할 원고는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호통)


피고:.........


판사 : "네, 이상 금일 전세금 반환 소송에 대한 최종 변론은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변론 마지막즘 판사님께서 피고들에게 호통 치듯 말하실 때, 해당 소송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어요. 제 마음까지 다소 후련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최종 변론이 마무리되고, 그날 저녁 집주인분이 제 집을 두드렸습니다.


집주인 : "아, 제가 참 면목이 없네요.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나 : "네 그러시죠"


집주인 : "이번일 참 죄송하게 되었어요. 저희도 부동산 사기를 당해서 여기까지 왔고...(블라블라)

그래서 저 혹시 결과가 나더라도 법적 조치를 하지 말아 주시고, 합의를 좀 보면 어떨까 합니다."


나 : "어떻게 합의하실 생각이세요?"


집주인 : "우선 관리비 매달 00만 원씩 내시는 거 안 받겠습니다."


나 : "그런데 제가 지금 은행 대출 이자를 매달 00원 정도 내고 있어요. 사실 제가 계약기간이 만료가 되면 본가로 다시 들어가 은행돈을 갚을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이자가 계속 발생하게 되니 은행 이자를 내주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집주인 : "아 그건 좀 저희도 상황이 어려워서 그렇겐 힘들고요.. 매달 관리비만 제하면 안 될까요?"


나 : "사실 제 심정은 지금 이 집이 감옥 같아요. 올해 이런 일로 법원에 각종 서류제출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지쳐있습니다. 제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요? 정직하게 집 계약을 했고, 매달 관리비도 밀리지도 않고 드렸는데, 돌아오는 건 집에 근저당 잡히고, 경매당하고.. 이거 너무 하신 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제 보증금을 언제 돌려주신다는 답변도 없으시고요. 제가 이 집에 평생 살 순 없는 거잖아요? 저도 이제 결혼도 생각해야 하고,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하고 제 인생 계획이 있는데요. 제가 어디까지 양보를 해드려야 할까요?"

"정말 마음 같아서 소송 승소가 나는 즉시 *법적 처분을 하고 싶어요."


*소송 승소 시 원고가 이행할 수 있는 법적 처분

1. 건물 강제 경매

- 강제 경매를 통하여 발생한 금액을 임차인들에게 순서대로 배당합니다.

2. 피고(임대인) 계좌 압류

- 피고의 은행 계좌를 강제로 압류하여 계좌 내에 돈을 받아냅니다.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폭발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승소 나는 즉시 법적 처분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집주인 세대가 바로 윗집에 살고 있기도 하고, 사실 그간 법적 대응에 심신이 지쳐있기도 했어요. 변호사를 쓰지 않고 나 홀로 소송이 정말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는 점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 이상 법적 처분에 저 역시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주인분에게 제안을 드렸습니다.


나 :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저도 같은 건물에 살면서 서로 얼굴 붉히면서 지내고 싶진 않아요. 우선 법적 처분을 당장 하진 않지만, 대신에 저도 이번 일로 나가지 않아야 할 돈들이 나가고 있으니 은행이자를 모두 받진 않을 터이니 절반 정도라도 지원을 해주시고, 매달 내는 관리비 면제는 첫 제안 주신 것처럼 수락하겠습니다."


집주인 : "네 그렇게 합시다. 상황 이해해 줘서 고맙고 죄송합니다."


그렇게 우선 집주인과 합의는 일단락되었어요.

① 전세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당장 법적 처분은 하지 않는다.

② 대신, 원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전세대출 이자 절반을 매달 임차인(본인)에게 이체한다.

③ 임대인에게 매달 내는 관리비 00만 원은 면제한다.

④ 임대인의 형사사건(사기) 현황을 주기적으로 임차인(본인)에게 알린다.


그렇게 합의를 마치고,

어느덧 24년 묵은해를 보내고 25년의 해가 밝아 왔습니다.

다행히도 예상에 맞게 올해 1월, 전세금 반환 소송은 원고의 승소로 판결 이 났습니다.


「 판결문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00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위 사실에 따라 이 사건은 판결을 내린 이 기점으로 임대차 계약 만료됨이 명백함으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서울지방법원 」


물론, 아직 원금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돈을 받지 위한 저 나름의 최고의 방법은 최선을 다해 찾았고 실행했습니다. 급한 불은 껐고, 그 불이 꺼진 땅 위로 다시 씨앗을 심어 성장하렵니다.


그간 저와 함께 해당 사건을 응원,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이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전세사기를 당했어요 (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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