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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Nov 04. 2020

크런치 모드는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 손해다

직장 생활하며 상품을 출시 일정에 다다르거나, 프로젝트의 일정 단계마다 상부에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분기마다 보고하는 프로젝트도 존재하고, 한 달마다 보고하는 팀도 있다. 각 회사마다 시스템은 다르겠지만, 문제는 바로 보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개발 프로세스는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무언가를 더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보고 내용에 더 많은 내용을 넣고 싶고,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공감에는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상태를 인지하고 공감하는 행위는 인지적 공감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 보고를 잘 수행해야 프로젝트의 지속은 이루어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업무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인지적 공감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시기에 팀의 리더에게 지시가 내려온다. 그것은 바로 크런치 모드다. 즉, 강제 야근이다.

크런치 모드는 보고 날짜가 가까웠으니 그동안 만든 시스템을 조금 더 심혈을 기울여 다듬자는 좋은 취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조직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강제 야근'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혼자 직장 생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든 부서에는 해당 분야에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전문가'라는 단어가 뜻하는 스펙트럼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 단순히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정의를 내려보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각자의 역량에 있다. 누군가는 여러 분야의 내용을 파악하는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유관부서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미비한 부분과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해결한다. 이렇게 업무의 협업에서 연결점은 결국 역량 있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업무의 성과를 판단하는 데는 그 사람의 직군에만 한정되어 있다. 클러스터 역할을 직군의 성과에 반영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크런치 모드, 즉 강제 야근을 시작하면 클러스터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세진다. 그리고 이 기간에는 'Feature Creep'이 난무한다. 핵심 내용은 아직 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부품을 만들어 충분히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가는 겉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알맹이가 비어있는 껍질을 치장하는 꼴이다.

이렇게 보름 정도의 크런치 모드를 다 함께 하자는 지시가 내려져도 '개인 사정으로 연차'를 사용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까. 누군가는 업무 지시가 내려와 약속했던 모든 모임을 취소하고 업무에 매진하려고 하지만, 어느 누구는 개인의 사정으로 일정을 소화하려 한다. 결국 규칙을 잘 준수하는 사람이 손해라는 집단 심리가 널리 퍼진다.


과연 함께 제품을 만들고 진행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렇게 한두 명의 일탈은 규칙을 잘 지키려고 애쓰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린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알아서 자신의 업무가 일정 기간에 끝나지 못해서 업무 시간을 늘리는 사람도 존재하고, 자신의 계획대로 일의 마무리가 잘 되는 날도 분명 존재한다. 억지로 야근하는 와중에도 프로젝트의 리더는 왜 '강제 크런치 모드'를 해야 하는지 직원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불만은 점점 더 쌓이지 않을까.


그저 함께 만들어서 제품의 성공을 맛보자는 달콤하고 모호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 리더는 관리자다.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프로젝트의 철학과 방향성의 공유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목표가 없이 모호하게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보다 협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능동적으로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은 리더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은 이러한 '크런치 모드'에서 더욱 피폐해지고, 불만의 요소가 쌓이기 마련이다. 방향성과 철학이 없는 리더는 그러한 불만을 들어주는 척만 할 뿐 어떠한 해결책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으로 설득하지 못한다. 애초에 그런 철학이 없을뿐더러 업무에 정신없어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개발의 철학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여러 사례를 살펴보고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 어떻게 프로젝트를 이끌지 사색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은 은유와 유추라는 고차원의 사색으로 생겨난다. 결국 학습하지 않는 조직과 리더는 매번 똑같은 역량 내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실패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더 나은 조직이 될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지 고민하지 않고 새로운 솔루션을 찾지 않는다면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다.




게임화를 이용한 조직 운영

그렇다면 조직에 어떤 행동이 추가되어야 할까. 게임과 교육을 합친 게이미피케이션, 즉 게임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 내에서는 유저의 행동 하나하나에 피드백을 준다.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며 컨트롤하는 그 순간마다 어떻게 해야 처치할 수 있을지 유저는 피드백을 토대로 전략을 세운다. 직장 내 업무도 피드백이 존재해야 조직은 성장한다. 물론 비난이 아니라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한다.


물론 피드백을 주기에 앞서 정량적인 결과가 있어야 한다. 아무런 성과가 없는데 어떠한 피드백을 주고받기는 힘들다. 그리고 조직원의 성과가 나오면 리더는 감정적인 반응을 동반해야 한다. 결과를 측정하기에 앞서 그동안 노력한 과정의 칭찬은 분명 필요한 요소다. 그리고 조직원 스스로도 결과를 낸 과정에서 성취감을 인지해야 한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의 상호작용과 피드백 시스템, 그리고 '크런치 모드'로 어떤 결과가 나왔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성취감과 성장하겠다는 다짐은 조직은 더욱 굳건하게 만든다.



#크런치모드 #강제야근 #피드백 #감정적반응 #상호작용 #정량적인결과 #게이미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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