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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Feb 03. 2022

습관 실패의 원인은 의지박약이 아니다

최근 글을 쓰고, 독서하는 습관에 영향을 받았다. 노트북에 게임 분석 글을 쓰려고 다양한 고전 게임을 설치하면서부터다. 노트북의 전원을 켜는 순간 글을 쓰는 의식적 행동에 제동이 걸렸다. 우선 게임을 한 판 가볍게 하려는 행동은 어느덧 30분~1시간을 소비했다.


독서를 처음 하며 환경 설정을 하던 시기가 떠올랐다. 독서를 제대로 해보고자 자주 보던 인터넷 페이지를 즐겨찾기와 게임을 삭제하여 새로운 습관 형성에 방해가 되는 요소에 장벽을 높였다. 그렇게 습관을 형성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시작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무난하게 습관을 만들지 못했다. 어려움도 함께하는 사람을 계속 주변에 두었던 환경이 제법 큰 역할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어트, 운동, 독서, 금연, 금주 습관과 같이 누가 봐도 좋은 습관을 만들기 어려워한다. 우리가 자꾸만 습관 형성에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내면의 충동적 본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삶의 목표 중 대다수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 때문에 방향을 잃고 좌초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끔찍한 무기력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의지를 불태우는 행동은 사실 삶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


지난 수년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성공한 사람들은 불굴의 정신력으로 좋은 습관을 형성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언가를 자제하거나 인내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자제력 대신 습관을 활용했다. 고통스럽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해빗>에서는 인내심이 갓 나온 수프보다도 빨리 식는 이유를 먼저 살펴보고, 습관을 뿌리내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습관이 우리 삶에 어떻게 기능하고 그러한 개인의 습관이 모여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무엇이 우리를 지속하게 하는가


인간은 충분히 합리적이지도 않고, 의지력이라는 자원이 대단히 나약하다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꾸준히 운동하여 10km를 완주했지만 코로나 직격탄으로 다시 운동하지 않던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보통 새해에는 올해의 계획을 세우곤 한다. 다이어트, 자기계발, 운동으로 헬스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시작이 반이라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일단 해보는 행동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느냐다.


보통 사람들은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의지력 부족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숱하게 자신의 의지력을 입증하는 데 실패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의지력의 존재를 믿는다. 과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끄는 진짜 힘은 무엇일까?


의지력은 무한하지 않다. 의지력은 소모 자원이라 쓰면 쓸수록 고갈된다. 물리력이 신체에 압력을 가하듯, 정신적 힘 역시 우리의 정신에 스트레스를 가한다. 의지력으로 무언가를 지속하기에 인간은 너무나 환경의 영향을 자주 받는다. 습관은 시끄럽고 소모적이며 심지어 전투적인 논쟁에 뛰어드는 대신 즉시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습관을 형성하거나 습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이 움직인다. 그래서 의지력만으로 습관을 형성하기에는 너무나 버겁다.



의지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


의지력과 지속성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지속에는 확실히 우리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이상한 무언가가 있는 듯싶다. 아무리 의지력을 쏟아 내는 의식적 행동을 실천해도, 매일 주기적으로 루틴을 만들어 지속하는 행동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우리는 지속을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습관이라는 걸 아주 잘 안다.


습관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습관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작동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우리의 삶에서 습관이 성취한 공을 의식적 자아가 자신의 몫인 양 가로채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똑같은 곳에서 계속 살고, 똑같은 길로 매일 출근하고, 저녁마다 똑같은 소파에 계속 앉으면 과거의 행동을 자동으로 반복할 수 있다. 습관을 배양하고 영구화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 환경에서는 그 어떤 화초도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습관은 양날의 검이다. 습관은 힘들고 까다로운 일을 쉽고 단순하게 여기도록 조작한다.


우리는 늘 보상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어떤 목적이나 결과를 바라지 않고도 그저 습관에 따라 행동한다. 3년 6개월이 넘은 현재 독서 생활은 어느덧 보상과 목표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지속하는 습관이 되었다.


물론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 동기와 목표는 중요하다. 적절한 보상은 좋은 습관이 우리 삶에 형성되도록 우리를 이끌어준다. 하지만 무언가를 반복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영역에 놓여 있다.



습관은 어떻게 일상에 뿌리내리는가


평범한 우리가 나쁜 습관과 작별하고, 좋은 습관을 길러 좀 더 알찬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흡연자를 줄이려는 금연 정책은 환경을 바꿔 사람들의 습관을 억제했다. 담배 자판기가 사라졌고, 해변과 공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 기차와 사무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당했다. 흡연자들의 '환경'을 변화시켰다. 환경이 변하면 습관도 따라 변한다.


또한 주변 사람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우리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친구의 대다수가 비만이라면 자신도 비만이 될 확률은 높아진다.


의식적 자아는 짧은 거리를 장애물, 즉 마찰로 인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습관을 사소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직장 건물에 위치한 헬스장을 등록하면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방문한다. 그렇지만 집 근처의 헬스장은 이용 횟수가 현저히 낮다. 일단 집에 도착하면 나가고 싶은 생각이 줄어든다.


위치라는 마찰력을 잘만 활용하면 원하지 않는 삶은 멀리 떨어뜨리고, 원하는 삶은 내 쪽으로 당겨올 수 있다. 책을 읽고 싶다면 눈에 보이는 곳에 두거나, 항상 들고 다니면 습관이 생길 여지가 있다.



행동과 보상을 긴밀히 연결하라


작은 목표를 세우고 성공한다면 인간은 성취감을 느낀다. 이러한 성취감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수록 습관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활발히 작동하고, 도파민을 생성해낸 상황과 반응이 습관으로 정착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그래서 보상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자처하여 행동하는 자원봉사의 경우에는 물질적 보상은 그리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자원봉사를 하고 스스로에게 초콜릿이라는 달콤함을 선물하면서 습관이 형성되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행위에 내재된 보람을 보상으로 인식하도록 습관을 설계해야 한다.


습관은 쾌락의 경험에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하다. 독서와 글쓰기는 마음이 편안해지며, 생각이 정리되는 쾌락의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게임과 같은 즉각적인 보상 시스템은 아니라 매우 더디게 습관이 형성된다.


글쓰기의 즉각적인 보상은 무엇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이 글쓰기의 원동력이자 보상으로 자리 잡지만 즉각적이지 않다. 하지만 블로그에서 다양한 반응은 즉각적인 보상이라고 부를만하다. 불확실한 보상이 예측 가능한 보상보다 습관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우리의 뇌가 불확실성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습관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습관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시작된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행동이 행동을 낳고 반복은 또 다른 반복을 부른다. 여기에 덧붙일 복잡하고 특별한 첨가물은 없다.


반복을 통해 좋은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우리는 새로운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고 오로지 반복만이 정답이라는 태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여선 안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우리는 언제나 반복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해야 한다.


어떤 행동이 작은 목표를 달성하면 그것이 작은 욕구로 변해 다시 행동을 촉발한다. 그럼 그 행동은 다시 목표를 달성하고 좀 더 큰 욕구가 생성된다. 작은 목표와 성과가 다시 욕구를 불러일으켜 행동을 촉발한다.




매년 52권, 52편의 글을 쓰려는 목표는 어느덧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다양한 슬럼프도 겪었지만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적어도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고, 환경을 재정립했기 때문이다. 습관으로 완성된 삶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의지박약이라는 말로 자신의 계획의 실패를 합리화하지 말자. 그리고 노력 만능이라는 거짓으로부터 벗어나 환경을 재정립해보면 어떨까.





참고 도서 : 해빗

저자 : 웬디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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