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로운달빛 Sep 10. 2023

질문 22번. 천국보다 아름다운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중 22번>

글쓰기 질문 22/642: 당신은 과거 약혼자의 결혼식에서 요리사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채광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시우야, 이제 정말 괜찮은거구나? 넌 항상 정말 행복할 때 두 눈을 질끈 감고, 한 손은 주먹을 쥔 채 코와 입 사이 어딘가를 가리며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끅끅대며 웃었었지. 지난 11년동안 네가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아. 그 동안 네가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허허, 하고 소리내며 웃을 때, 나는 웃는 너의 얼굴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어. 진짜 웃는게 아닌 것 같아서.


오늘 결혼식 정말 멋지다. 세상에, 나 이런 음식들 처음 봐. 결혼식에서는 원래 이렇게 엄청난 음식들을 대접하는거야?


하긴, 난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누군가의 결혼식에 한번도 가보질 못했잖아.

너무 어린 나이에 죽었으니까. 이런걸 보고 신기해 하더라도 이해해줘.


나는 매일 우리의 약혼식날로 되돌아가. 아니 사실 그 전날로 돌아가. 그때로 계속 되돌아가서 생각해. 약혼식 전날 내가 일찍 잠들었더라면, 그래서 약혼식 당일에 늦잠을 자지 않았더라면, 모든 준비를 제 시간에 마치고 네가 운전하는 차에 타서 함께 약혼식장으로 들어갔더라면 하고. 아니, 내 준비가 조금 늦었더라도 차를 그렇게 급하게 몰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웃고 있는 네 옆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

네 예쁜 신부를 보고 있으려니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저릿하기도 해.


오늘이 널 보러오는 마지막 날이야. 언제든 올 수는 있겠지만, 그냥 그러기로 했어. 천사님이랑 약속했거든. 이제 그만 오기로. 내가 자꾸 널 보러오면 네가 나를 잊기가 더 힘들대. 생각에도 꿈에도 자주 나타난대. 오늘보니 넌 이미 나를 완전히 잊은 것 같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앞으로는 아주 잠시라도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행복해 시우야. 내 몫까지.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굴쓰기 좋은 질문 642> 책 중에서 마음이 가는 주제를 골라 글을 씁니다. 글의 형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엉뚱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저의 성향상 아무래도 소설 형식의 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질문 14번. 새벽 3시 37분, 불 켜진 서재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