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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 Apr 12. 2024

어른

아침편지 21



새로 생긴 동네 빵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빵, 책, 커피



  즐거운 아침입니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어제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라 출근하지 않아서 휴일 같은 평일이었어요. 그래서 오늘이 꼭 월요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아침 일찍 일어나는게 습관이 됐을 법 한데, 아직도 눈을 뜨는 게 쉽지 않습니다. 6시 알람에 한 번, 6시 15분 알람에 또 한 번 눈을 떴다가 결국 6시 30분이 넘어야 몸을 일으켰어요. 알람을 딱 하나만 맞춰놓고 가뿐하게 일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무래도 난 그런 사람은 아닌가봅니다.


  어제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눈꼽도 떼지 않고 옷만 갈아입은 채 남편과 함께 투표를 하러 나갔습니다. 걸어서 10분~15분 쯤 걸리는 곳에 공공 시설물이 있는데, 거기서 투표를 할 수 있었어요. 오전 9시 30분 쯤 도착해 잠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신분증을 보여주고 본인 확인 서명까지 마친 후 투표용지를 받았습니다. 기표소에 들어가 각 용지에 한 번 씩 도장을 찍고, 잘 접어서 투표함에 넣으면 끝입니다.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일부러 하천 옆 길을 택해 걸었습니다. 벚꽃이 가득 피었던 나무는 어느새 초록빛으로 바뀌고 있고, 나는 그 초록이 좋아서 꽃이 다 떨어지는 것도 전혀 아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벚꽃이 질 때 쯤 피어나는 겹벚꽃을 보는 것도 좋지요. 매년 이 때면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붙잡는 우리집 앞의 겹벚꽃 나무가 그 선명한 진분홍 꽃잎을 펼치기 시작했거든요. 집 앞 공터는 아주 옛날에는 흙바닥이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멋없게 시멘트로 모두 덮여있습니다. 한 때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나무를 베어내고 그대로 시멘트를 부었는지, 울퉁불퉁 고르지 못한 바닥에는 나무 밑둥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항상 그 위로 빽빽하게 주차를 해두는 공터의 끝자락에 겨우 살아남은 나무 두 그루 중 하나가 그 겹벚꽃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골목 떡집에서 가래떡을 조금 사왔습니다. 남편이 가래떡을 구워먹자고 하는데 가스불 없이 전기로 요리를 하는 세상이니 우리집에는 가래떡 구울 불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남편은 작은 부탄가스 통에 토치를 달아 떡을 구웠습니다. 아침부터 떡을 먹으니 목이 막힐 법도 한데 꿀을 찍어 먹는 가래떡이 말 그대로 꿀 맛이었어요. 그리고 점심 먹기 전까지 남편은 서재에서, 나는 거실에서 각자 편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에 먹고 남은 된장찌개를 데워 점심 먹을 준비를 하면서 감자와 계란을 삶았습니다. 매쉬 포테이토를 만들려고요. 평소엔 작은 감자 3개, 계란 3개 정도로 만드는데 이번엔 집에 감자가 많길래 감자 6개, 계란 6개를 사용했습니다. 점심 반찬으로 계란말이를 만드느라 이미 계란을 5개 쓰고, 이번엔 또 계란 6개를 삶고 있으니 하루에 계란 반 판을 다 쓸 기세입니다. 이틀 전에 밥을 했던 것 같은데, 냉동실에 밥이 한 끼 분량만 남아있어 쌀 네 컵으로 밥도 다시 지었습니다.


  주말부부로 따로 살며 주말에만 한 끼 정도 해먹을 땐 몰랐는데, 부지런히 밥을 해먹기 시작하니 식재료 줄어드는 속도가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비싼 장바구니 물가를 생각하면 돌아서면 또 사야하는 이 속도가 부담스럽기까지 해요. 외식이 비싸니 가능하면 집에서 먹자 생각하고 노력하는데, 장 보는 것도 비싸니 어떻게 해도 부담스러운건 마찬가지입니다. 사과 한 알이 얼마고 대파 가격이 얼마나 비싸고 이런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때도 있었는데, 아침에는 투표를 하고 점심에는 물가 걱정을 하고 있자니 내가 어른이 되긴 되었나 싶습니다. 그럼,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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